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지난 1995년 '중국을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라는 주제를 던져 화제가 됐다. 그는 일본ㆍ한국 등을 예로 들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동물성 단백질 생산을 위한 곡물의 간접소비가 늘어났다면서 식량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전망은 모두 현실이 됐다. 중국은 2004년 이후 농산물 순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미래학자들은 식량 문제 해결의 열쇠로 수산양식을 꼽고 있다. 양식 수산물의 사료 효율(사료를 먹여 늘어난 체중을 사료 섭취량으로 나눈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발표에 따르면 돼지 1㎏ 생산에 사료 3.5㎏, 소는 5.5㎏이 소비되지만 양식 어류는 1.2㎏(치어 시기에는 0.8㎏)이면 가능해 효율이 2.9~4.6배나 된다.
양식어류 사료 효율 돼지의 3배
수산양식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식량 문제 해결에 수산물이 필요한 데다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만 해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1998년 11㎏에서 2009년 32㎏으로 늘었고 증가 속도는 앞으로 가속화되리라 생각된다.
이에 정부는 수산물 소비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수출 확대, 친환경 수산양식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해 갯벌참굴ㆍ해삼ㆍ넙치ㆍ참치 등 10대 전략 수출 품목 육성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양식 생산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있다. 신규 개발을 제한했던 전복ㆍ미역ㆍ김 등 8개 품목에 대해서는 이미 어장 개발을 허용했다. 아울러 어업인들이 양식 품목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어장의 시설 비율이나 규모의 한계도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멍게 어장이 미더덕 어장으로, 굴 어장이 홍합 어장으로 바뀔 수 있다. 전복 양식시설은 두 배로 늘어나게 돼 어장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량이 10% 이상 증가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어가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양식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도심 속 빌딩에서 양식을 할 수 있는가 하면 드넓은 외해에서도 양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양식 기술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어류ㆍ해조류ㆍ패류 등을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생산하는 생태순환형 양식 방법을 통해 수면을 입체적으로 이용하고 사육수(水)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순환여과식 양식 방법 등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진입과 퇴출도 원활하게 할 방침이다. 어업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유휴 상태로 방치된 어장을 회수해 양식 계통 학교를 졸업하거나 어업인 후계자 등 신규 진입 희망자에게 넘기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어장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올해 중 면밀히 조사하고 어장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규제 완화·친환경 기술혁신 가속도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수산양식을 포함한 해양산업이 미래 4대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출현을 전망한 조지워싱턴대 윌리엄 할랄 교수도 2008년 '기술의 약속'에서 수산양식이 주력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세계 수산양식은 더 이상 미래 산업이 아니다. 국내 수산물 수출액은 2007년 12억달러에서 2011년 23억달러로 늘어났다. 김 수출액은 지난해 1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0%, 전복은 23% 증가했다. 이처럼 수산양식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친환경 수산양식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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