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5일 "오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을 통해 2월20일부터 25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며 "상봉 형식과 방법은 관례에 따르되 기상조건을 고려하여 실내상봉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애초 이달 17일에 상봉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 측 요구에 따라 3일 늦춘 20일로 최종 확정했다.
상봉 규모는 쌍방이 각각 100명씩이며 상봉 대상자는 지난해 9월 선정된 명단과 같다. 단체상봉은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되며 우리 측 이산가족들의 숙소는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이다.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해 통일부 직원을 비롯한 시설점검단이 7일 금강산을 방문할 예정이며 상봉 날짜 5일 전에는 행사 진행을 위한 실무단이 금강산을 찾는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지난해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러한 일이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북측도 이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며 "이번 합의가 차질없이 진행돼 이산의 아픔과 고통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정례화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도 꾸준히 열기로 했다.
이번 상봉 행사 합의를 위해 남북 적십자 실무 대표단은 이날 오전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나 수차례 실무접촉을 거쳤다. 북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지난달 북한 국방위 성명으로 발표한 소위 '중대제안'을 수용해줄 것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해당 사안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쟁점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금껏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연계시키려 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20일 상봉 행사 개최 합의는 우리가 그동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고 한 것에 대해 북측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관계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관련한 다른 문제들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9월 상봉행사를 사흘 남기고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북측이 제시한 20~25일은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키리졸브 훈련 일정과 겹친다. 국방부는 이번주 중 키리졸브 훈련 일정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입장으로 24일에 훈련을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미 양측이 24일께 훈련을 시작한다면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또다시 상봉행사를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북한이 이산가족 숙소로 우리 측이 요구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을 제공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행사 개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식 제의를 한 만큼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미연합 훈련 일정 등을 북측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을 상봉 날짜로 제시한 것을 보면 양측이 합의한 대로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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