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장남 성수(43)씨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과 복지재단에 전재산을 나눠주도록 한 부친의 유언은 무효라며 어머니 정모(67)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무효 확인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공증인이 사전에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을 작성한 뒤 그 서면에 따라 질문하고 이에 대한 유언자의 답변을 통해 진의를 확인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유언을 진술한 것"이라며 "유언자가 유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 능력이 있고 유언 자체가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요건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녹십자 창업주인 허 전 회장은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입ㆍ퇴원을 반복하다 2008년 11월 병원에서 유언공증절차를 통해 '소유한 주식 가운데 일부를 녹십자가 운영하는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ㆍ삼남에게 나눠주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이후 1년 뒤 허 전 회장이 숨지자 장남은 "아버지가 인지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유언장이 작성됐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ㆍ2심은 "허 전 회장이 생전에 아들들에게 가급적 재산을 적게 남겨주고 특히 장남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유언이 허 전 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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