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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격전지를 가다] '여 검사 혈투' 수원을

격차 벌리려는 정미경 후보

백혜련 후보, 당 지도부 지원 받아 막판 뒤집기 노려

“친정에 온 것 같아요(정미경 새누리당 후보)”

24일 수원 권선구 경기택시조합본부.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가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택시운전기사 조합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18대 수원 권선에서 국회의원을 했을 때부터 자주 방문해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들었다는 정 후보는 “택시기사만큼 지역 현안을 아는 분들도 없어서 자주 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19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 이번에 다시 출마한 정 후보를 향해 조합원들은 “못 본 새 살 빠진 것 같다”며 그를 환영했다.

앞서 백혜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곡선초등학교를 방문해 교통봉사에 나섰다. 이날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러 온 학부모들의 상당수는 백 후보보다 한 전 총리를 더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백 후보보다 앞서 “드라마 ‘아현동마님’에 실제 주인공이신 기호 2번 백혜련 후보 지지하러 왔습니다”고 말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 백 후보는 “자녀를 둔 입장에서 이 지역의 교육이 열악하다”며 혁신 학교의 확대 공약을 설명했다. 그는 야당 후보로서 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의 협업에도 자신 있다는 뜻을 비추며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

여 검사 간의 혈투가 벌어지는 수원 을(권선)은 ‘친근함 대 참신함’의 대결로 펼쳐지고 있다. 정 후보는 수원 지역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친근하게 주민에게 다가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그는 이 지역 최대 현안인 수원 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지난 18대 국회에서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을 정 후보가 완화시킨 만큼 비행장의 대체 부지를 찾는 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수원 시민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은 백 후보는 참신함을 내세우며 동시에 세월호 책임론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인 이날 백 후보는 선거 유세 도중 묵념을 하며 희생자를 기리기도 했다. 이날 백 후보 캠프의 사무실을 방문한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역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 째 되는 날이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면서 “7·30 재보궐 선거가 변화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앞선 상황이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7%포인트)에 따르면 백 후보는 25.5%로 정 후보(49.6%)에 비해 24%포인트가량 뒤져 있다. ‘정치신인’의 바람이 지역 인지도가 높은 정 후보를 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권선구 권선동에 신호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 보는 두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입을 모았다. 백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로는 나타나지 않은 ‘숨은’ 야권 표가 있다”면서 “2009년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수원 장안에 출마한 이찬열 의원이 계속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 큰 격차로 뒤졌다가 당선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젊은 층의 표심이 여론조사에 반영 안 돼 있는 등을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유병언 사망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투표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민심 역시 엇갈렸다. 수원 일대에서 택시영업을 하는 50대 박 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수원시장, 경기도 교육감에 진보 쪽으로 표를 줬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여당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백 후보가 수원 영통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이 지역으로 전략공천한 데 대한 반감을 보인 시민도 있다. 수원에서 25년째 거주하는 김 씨(75세)는 “백 후보는 전략공천으로 와서 이 지역을 잘 모를뿐더러 투표권도 없다”며 “(이에 반해) 정 후보는 여당에서 상향식 공천으로 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후보가 된 점이 좋게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이 씨는 “그동안 정 후보가 수원에 해준 게 뭐냐”며 “여당에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에 표를 던질 것이다”고 말했다.

당장 관건은 투표율이다. 특히 25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투표할 것이냐에 따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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