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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불확실성 시대의 文史哲


백화점 문화센터는 30~50대 주부들이 동일한 취미와 관심사를 매개로 상호 친분을 쌓는 동호회의 성격이 짙다. 요리와 육아ㆍ취미ㆍ뷰티 등이 인기 과목 순위를 주로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문화센터 홍보책자의 맨 앞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문명과 종교, 인류의 기원 등에 관한 인문학 강좌들이다. 실제로 해외 유명 석학 포럼에는 100석이 넘는 강의실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고 수강생 중에는 시인 못지않은 감수성을 지닌 회원도 적지 않다.

문화센터의 사례만으로 섣불리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문학과 역사, 철학으로 대변되는 문사철(文史哲)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올바른 판단의 잣대를 세워주는 데 인문학의 위력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인재 관리와 채용에도 '지식'보다 '지혜'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기업에서는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이른바 '실용 학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는 당장의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직업인'보다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창조자'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인재가 의사결정권을 갖는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수록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고뇌의 시간이 도래하는 순간 CEO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판단력이다. 대표적 혁신 기업인 애플은 상상력 하나로 무에서 유를 이뤘고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조적 인재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독서와 사색을 통한 인문학적 소양이 잡스의 상상력의 원천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사의 중견사원들은 사석에서 "내가 지금 취업생이라면 입사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요즘 신입사원들은 높은 실력과 스펙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는 빈틈없는 사무처리 능력보다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인재를 원한다. 표피적인 지식은 인터넷을 뒤지면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업무 스킬도 일정 기간의 트레이닝을 거치면 익숙해질 수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스펙 쌓기와 영어 공부에만 열중할 뿐 따뜻한 인간의 향취를 온몸에 흐르게 하는 문사철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文)을 통해 감수성과 상상력의 세계를 얻고 사(史)로 통찰력과 지혜를 깨닫고 철(哲)로써 올바른 가치관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지닐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문사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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