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뉴노멀 시대'를 맞아 전통적으로 쓰여온 경제학 용어도 바뀔 때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버스 새뮤얼슨 워싱턴포스트(WP) 경제 칼럼니스트는 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쓰여온 경제용어와 개념들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현상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는 '경기침체(recession)'다. 통상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본래의 개념에 따르자면 미국에서 경기침체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미국 GDP 성장률은 이미 지난 2009년 중반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비영리 경제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경기 사이클 중 수축국면이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였으며 이후 확장국면에 들어섰다고 2010년 9월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개념은 실업이나 소비심리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미국인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와는 큰 괴리감을 낳고 있다고 새뮤얼슨은 지적했다. 최근 내셔널저널과 올스테이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3%는 현재 경기가 "여전히 침체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괴리의 가장 큰 원인은 거의 5년간 7%를 웃돌고 있는 실업률이다. 게다가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 역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경기침체 이후 경기 팽창기와는 다르다.
이에 따라 경기를 보다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고용과 산업생산, 실질소득, 도소매 판매 등과 같은 산업활동 지표를 활용해 경기침체와 경기확대 국면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을 반영해 새로운 경기상황을 표현할 만한 용어들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불황과 같은(depression-like) 상황'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실업률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의 '대공황'을 떠올리게 하는 '불황'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수십년간 불황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사용한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는 용어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새뮤얼슨은 "미약한 경기회복세가 초반에 수그러들면 고용회복도 근본적으로 어려워진다"는 한센 교수의 경고가 요즘 현상에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새뮤얼슨은 또 '풍요 속 빈곤'도 최근 경제상황에 맞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경제가 더 이상 개인과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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