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주석에게 오는 10월 바통을 이어받는 중국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사진) 체제가 출범도 하기 전에 내우외환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3월 보시라이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이양은 중국 공산당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계파 간 타협과 협상을 통한 명실상부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에는 이들 절대 유일 권력자가 직접 혹은 막후에서 대리인을 내세워 통치했고 장쩌민 전 주석이나 후진타오 현 주석도 덩샤오핑이 사전에 이들을 후계자로 내정한 상태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권력교체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차기 시진핑 체제 또한 보시라이 사태로 현 후 주석 지도부 간의 권력투쟁 및 불협화음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안정적인 정권이양이 위협 받고 있다. 여기다 오는 5월3일 연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가택연금에서 벗어나 주중 미국대사관으로 탈출하면서 인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재점화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시진핑 국가부주석 입장에서는 중국의 최대 숙적인 미국과 당분간만이라도 원만한 관계유지가 절실한 실정이다. 5세대 지도부 체제의 조기 안정에 고군분투해야 하는 마당에 미국과의 신경전에 힘을 낭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시라이 사건으로 베일에 가려 있던 공청단파ㆍ상하이파ㆍ태자당파 등 정치계파 간 권력투쟁의 어두운 면이 폭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치의 아킬레스건인 열악한 인권상황과 정치탄압이 또다시 이슈가 되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 의회는 이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천광청과 가족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천광청과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올해 대선을 앞둔 오마바 대통령으로서는 인권운동가 천광청을 중국 당국에 넘겨줄 경우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미 미 공화당은 보시라이 사건과 관련해 청두 미 영사관에 진입한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미 정부가 중국 정부에 넘겨준 데 대해 격렬하게 성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천광청 사태가 지난 1989년 ‘팡리즈 사건’처럼 양국의 심각한 외교 문제로 확대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9년 6월 톈안먼 유혈사태 직후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던 천체물리학자 팡리즈는 가족을 데리고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담판 등 1년 넘는 양국 협상 끝에 1990년 팡리즈가 중국을 떠나기로 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보시라이 사태가 마치 벗기면 벗길수록 최고층의 비리와 부패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도 시 부주석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보시라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저우융캉 상무위원(정법위 서기)의 쿠데타 연루 및 실각설에 이어 또 다른 최고 지도부 중 한 명인 리창춘 상무위원도 보시라이 측근 기업가와의 깊은 커넥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체제 사이트 보쉰이 28일 보도했다.
태자당파와 상하이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차기 주석에 오르는 시 부주석으로서는 태자당파인 저우 위원과 상하이파인 리 위원이 실각될 경우 공청단파와의 권력투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보시라이 수사와 관련해 감금돼 조사를 받고 있는 다롄 정위안 부동산개발회사의 푸옌빈은 리창춘이 지난 10년간 헐값에 정위안이 토지를 매입한 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뒤를 봐줬다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창춘의 동생인 리창치는 정위안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반체제 사이트인 신기원은 저우 서기가 26일자 인민일보 1면에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유일하게 동정기사가 등장하지 않았고 3월26일 전국 정법위 서기를 대상으로 한 담화내용이 이전과 달리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노선의 지지발언 일색이었다며 이는 조만간 저우 서기의 실각을 의미하는 전조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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