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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히든카드 관광을 키워라] <하> 힐링관광을 국가브랜드로

'치유·사색의 대한민국' 만들어 지구촌 여행자 발길 잡아야

日이 벤치마킹한 올레길 등 전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관광·문화 잠재력 뒤지지않아

임팩트 있는 스토리 결합해 글로벌 관광 명소 발굴해야

전라남도 담양 죽녹원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자연에서의 치유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힐링 여행지가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직장인 K(30)씨는 최근 제주 올레길을 2박 3일 동안 다녀왔다. 결혼을 앞두고 양가 갈등에다 직장생활의 압박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라는 물음에 "경치와 사람들 틈에서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올레길'이라는 것이 있다. 제주도 섬을 빙 둘러 걸어 도는 길이다. '올레'는 제주 사투리로 '좁은 골목'을 뜻한다. 현재 26개의 코스, 452㎞로 K씨처럼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 한 해에 100만명을 넘는다. 이른바 '힐링(healingㆍ치유)관광'이다. 올레길은 어떤 특정한 기업이나 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서로의 앞마당을 양보해서 생겼다. 때문에 올레길에는 입장료가 없고 광고판도 없다. 올레길은 이후 둘레길ㆍ물레길 등을 파생시켰다.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일본 규슈에 이를 벤치마킹한 길이 생겨나는 등 수출도 되고 있다. 올레길은 이미 확고한 국가 브랜드가 됐다.

사람들은 말버릇처럼 우리나라를 '좁은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남북한 합쳐 22만㎢다. 영국(24만㎢)과 비슷하고 이탈리아(30만㎢)보다 조금 작을 뿐이다. 여기에 유구한 역사전통에 사계절이 뚜렷하고 대륙ㆍ해양을 모두 포괄하는 자연환경은 어디에도 비교할 바 없는 매력을 준다. 스스로 낮춰볼 필요는 없다. 한국의 자연과 역사ㆍ문화는 한류와 합쳐 이미 세계 관광시장을 빨아들이는 '스펀지'가 되고 있다.

◇자연 그대로와 함께 포장술도 익혀야=우리나라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갖고 있지만 물론 그것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임팩트와 스토리, 즉 포장이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서 잘 알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광산업 침체에 따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역할이 '관광'에 주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힐링 관광지를 인터넷으로 추천 받았다. 5~6월 두 달간 모두 6,681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가운데 담양 죽녹원이 1.3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02%를 차지한 문경새재였다. 다음으로는 통영항 및 통영시내, 보성 녹차밭, 전주 한옥마을이 3~5위를 이었다.

담양 죽녹원은 그냥 대나무밭이 전부가 아니다. 인근에는 소쇄원ㆍ명옥헌 등 조선시대 최고의 정원들이 있으며 담양 자체가 가사문학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대나무의 절개와 선비의 정신이 잘 맞아떨어진다. 문경새재는 영남과 충청을 잇는 고개인 조령에 걸쳐 있다. 조선시대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서 최고의 역사교육 장소다.

즉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과 역사문화 체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최고의 힐링 장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가졌다"면서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곳들이 상위목록에 뽑혔다"고 말했다. 다만 광범위한 지역명은 추천지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우리 역사ㆍ문화에 대한 자부심 가져야=뭐든지 마케팅을 하려면 마케팅 대상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좁은 나라'고 조선이 '약체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도움 안 된다. 그리고 사실도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베이징의 자금성과 서울 경복궁의 비교다. 한국인들조차 경복궁이 작고 혹은 짝퉁이라고 비하하는 경우가 있다. 역시 사실이 아니다. 넓이가 자금성은 72만㎡이고 경복궁은 43만㎡이다. 경복궁이 60%에 불과하지만 건축 당시의 인구나 국토 규모를 감안하면 그 비중은 훨씬 크다. 완공연도가 1395년인 경복궁은 1420년의 자금성의 아버지뻘이다. 경복궁이 조선의 국시인 유교(성리학)를 완벽히 구현한 궁궐이었던 반면 자금성은 유교에 불교ㆍ도교가 혼합돼 있다. 때문에 관광객들은 양쪽 건물에서 다른 느낌을 갖는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발달한 유학 사상, 원형 그대로 간직된 불교문화, 그리고 자발적으로 성장하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있는 기독교 자취 등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역사ㆍ문화 유산을 갖고 있다.

◇세계 관광산업의 '스펀지'로 만들자=한때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꼼짝달싹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다르다. 세계 관광산업에서 한국은 이미 인근 시장을 끌어들이는 스펀지가 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세계 관광시장은 올해 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9.3% 늘었으며 올해도 11% 이상, 향후 당분간 7%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관광공사는 전망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관광지 개발과 인프라 면에서 과도한 서울집중을 줄여나가고 지방을 키워야 한다.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의 80%는 서울 및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경숙 한국관광학회장(강릉원주대 교수)은 "관광은 국민들에게 일상 속 휴식과 자기 성찰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핵심산업"이라며 "특색 있는 자연 및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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