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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양측은 향후 단일화 승리를 위한 건곤일척의 승부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는 호남 등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을 최대한 결집하는 동시에 취약점인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확장 전략을, 안 후보는 단일화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역 지지율 회복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 파행을 겪는 과정에서 양측이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여서 단일화 이후 물리적 결합을 뛰어넘는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일화 재개 배경=양측이 단일화 논의를 5일 만에 재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안 후보 측이 구세력으로 몰아세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퇴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안 후보 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주당의 쇄신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이 '이해찬 대표 사퇴'라는 선물을 준 만큼 안 후보도 더 이상 단일화 논의를 미룰 핑계거리가 사라졌을 뿐이다.
단일화 재개의 실적적인 배경은 단일화 시한인 대선후보 등록일(11월26일)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다. 이 기간에 양측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통산 열흘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국민경선은 물 건너 간데다 여론조사를 위한 시간조차 빠듯하다.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후보등록 전 단일화가 무산됐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단일화 피로감'에 따른 여론악화도 양측을 단일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양측이 단일화 중단의 책임을 두고 감정싸움을 거듭하는 사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안 후보 측이 이 대표 사퇴 직후 기다렸다는 듯 단일화 재개를 선언한 이유다.
두 후보는 향후 단일화 방식 논의를 위한 단독 회동을 한 뒤 새정치공동선언문 발표, 단일화 세부사항 협의, TV토론 등을 거쳐 단일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단일화 시간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 과정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문 후보는 19일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 20일 방송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잇따라 참석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단일화 승부처인 호남과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충남 등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광주 등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일화 중단 이후 전격적으로 시작한 언론인터뷰도 줄줄이 잡혀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의 승부처는 호남"이라며 "문 후보는 최근 상승 국면의 호남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빼앗긴 호남 표심을 되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갈등 봉합됐지만…앙금은 남아=단일화 이후 대선 승리 여부는 양측이 실질적으로 세력통합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양측은 단일화 충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수세적인 입장에 처했던 문 후보 측의 불신이 뿌리 깊다.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을 '구태세력'으로 몰아부친 데 대한 앙금이 남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4ㆍ11 총선 패배의 책임자인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선대본부장이 '구태'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이 조직력 우위를 기반으로 자신들을 궤멸시키려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안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앞에서 좋은 말만 하는 사이 민주당은 뒤에서 조직을 동원해가며 낡은 정치를 계속해온 게 확인됐다"며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서는 후보 단일화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단일화에서 이기더라도 민주당 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이번 사태로 감정이 상해버린 민주당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주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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