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거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마다 이제는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의 저임금을 활용한 수출 성장 전략과 달리 중국인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내수 성장 전략은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시장의 특성을 오롯이 이해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중국의 미래 성장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를 십분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철저하게 중국 현지의 시각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중국 본사 역량 강화와 함께 중국인을 신규사업 및 인사 담당 최고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장 일선에서 뛰는 대기업 임직원의 얘기는 사뭇 다르다. 실질적인 권한 위임이 미약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한국의 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잦다 보니 큰 그림에서 장기적으로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끌고 나가기가 힘들다는 목소리다. 매년 실적을 평가 받는 임원의 속성상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지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 추진을 꺼리는 행태도 이 같은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현지에서는 주중 한국대사관이 1년 이상 기획해온 '친저우(欽州) 도시개발 프로젝트'건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남부의 광시자치구 해안 도시인 친저우에 중국판 판교 첨단ㆍ친환경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으로 중국의 도시화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우수한 도시 디자인 설계 능력을 보여주는 한편 중국에 제2, 제3의 친저우 도시 사업을 따내는 디딤돌을 마련해 내수 시장 공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던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발을 빼면서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중국 책임자들이 친저우 현장 실사를 한번도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사업성 검토도 없이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다. 광시자치구는 중국의 마지막 남은 연해 개발 지역으로 중앙정부가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쏟아 부으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굴지 대기업의 중국 사령탑을 맡았던 모 그룹 부회장은 "사단장인줄 알고 부임했더니 본사의 중위보다도 못하더라"며 중국 본부 역량의 한계를 개탄하기도 했다.
이제 중국 진출 기업들은 단기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오퍼상이 아니라 점점 커지는 중국시장에서 큰 그림으로 장기 경영전략을 세우는 '기업가'가 돼야 한다는 모 중국통 인사의 일침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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