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GLS은행은 "더러운 사업엔 돈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GLS은행은 대출과 투자를 할 때 지독할 정도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시행한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이나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 무기나 원자력으로 수입을 올리는 기업은 대출 신청을 할 수 없다.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재무부 채권도 사지 않는다. 미국이 최대 환경오염 유발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은행을 들고나는 자금은 사외보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유로까지 공개된다.
미국 최초의 녹색 은행인 뉴 리소스 은행은 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제고 기술, 유기농 먹거리, 환경 제품 등 친환경 사회적 기업에 집중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늘밤 당신의 돈은 어디에 투자될까요?" 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며 고객이 맡긴 돈이 사람과 공동체와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만 쓰인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은행의 공진화(共進化)를 보여주는 일례인 셈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빼앗는 은행, 고임금을 받는 임직원들, 재벌 편향적 대출 행태 등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금융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보노보은행'은 야심만만하고 폭력적인 유인원인 침팬지에 비해, 평등을 좋아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또 다른 유인원 '보노보'를 닮았다 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보노보 은행'은 사람과 환경, 이익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시장, 주주, 성장만을 앞세우는 기존의 거대 은행들인 '침팬지 은행'에 비해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면서 활동한다. 침팬지 은행이 실물경제에 돈을 돌리지 않고 거품을 키워 돈으로 돈을 벌 궁리나 할 때, 보노보 은행은 무기나 마약, 아동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돈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다만 기존 금융 시스템의 틀 안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적극적인 금융을 지향할 뿐이다.
책은 "2008년 월가의 금융 붕괴로 겪은 '섬뜩'하고 '뜨악'한 경험은 이윤 극대화로 치닫는 거대 은행의 추악함을 드러냈다"며"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거대 은행의 덩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뼛속까지 '제대로 된 금융'을 발견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윤리적 은행' '녹색 은행' '통합의 금융'이라 불린다.
책은 1부에서는 제도권에서 침팬지 은행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보노보 은행들을, 2부에서는 정부 관련 민간기금과 사회적 벤처 캐피털 등 다양한 사회적 금융의 사례를 소개한다.
중산층은 붕괴 되고 한 줌 안 되는 가진 자들과 대다수의 서민들이라는 쪼개진 세상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금융계에도 이런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힐링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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