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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논란 속 발표 전격 보류… 지배구조개선안 표류하나

KB사태 책임 사외이사 참여<br>현직 회장 연임 우선권 등 핵심내용 갑론을박 이어져<br>내달 이사회서 재논의키로<br>'그룹 경영관리위원회' 설치… 사내이사는 2명으로 늘려


KB금융지주가 27일 발표하기로 했던 지배구조 개선안이 금융 당국의 외압 속에 전격 보류됐다. 금융 당국은 'KB 사태'의 책임이 있는 KB의 현 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 짓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현직 회장에게 연임의 우선권을 주는 개선안의 핵심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오는 3월까지 KB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해오라고 주문했던 금융 당국이 발표 직전 어깃장을 놓은 것에 대해 도가 지나친 '관치'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간회사의 경영에 시시콜콜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금융 당국이 말 그대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KB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전격 보류했다.

김영진 KB 사외이사는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논란이 있어 의견을 모아본 뒤 다음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KB가 이날 발표를 보류한 것은 단순히 이사회 내부의 의견조율 실패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 앞서 금융 당국이 KB에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보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선안인 만큼 좀 더 논의해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KB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KB 사태의 책임이 있는 현 KB사외이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 짓는 부분이다.



앞서 금융 당국과 KB 사외이사들은 KB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지난해 말 KB 사외이사들이 3월 주주총회에서 동반 퇴진하는 것으로 갈등을 간신히 봉합했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도 KB의 차기 이사진이 이를 결정 짓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현직 회장에게 연임의 우선권을 주는 부분이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당국은 특히 개선안의 이 같은 핵심 내용이 당국과의 협의 전에 외부에 노출된 것을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다시 관치의 칼을 빼 든 모습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에도 금융권 CEO들을 전원 소집하는 범금융 대토론회까지 열어 금융회사의 경영에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규제의 틀도 시장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대토론회에 참석해 오락가락한 당국에 규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은 바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는 각 금융사의 조직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정답이 없는 것인데 당국이 여전히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근의 규제 완화 기조와는 너무나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배구조 개선안은 다음달 9일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나 금융 당국과 KB 간에 최종적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종 발표는 차기 사외이사들이 주총에서 확정된 후 4~5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KB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 최종 후보 7명을 확정하고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날 선임된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비롯해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등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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