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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대책없는 울산항 부두

18곳 중 16곳 내진설계 안돼… 수송관 파손땐 액체위험물 누출 우려


울산항 부두 대부분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일 울산항만공사(UPA)에 따르면 울산항 18개 부두 가운데 울산본항 제8부두와 염포부두 등 2개 부두를 제외하고 양곡부두, 석탄부두, 울산본항 2~7부두, 자동차부두, 온산 1~6부두, 미포부두 등 총 16개 부두에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다.

이들 16개 부두는 지난 1999년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에 내진설계가 도입되기 전에 만들어진 부두다. 2000년 이후 건설된 울산항 시설물은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양산 단층대인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지진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울산 앞바다에서는 지난 2월19일부터 27일까지 규모 2.4~3.2의 지진이 5차례나 발생했으며 지난 9월에도 규모 2.4의 지진이 한 차례 발생했다.

울산항은 석유ㆍ화학물질 등 액체 위험화물을 지난해 3만779만여톤을 처리하는 등 전국 처리량의 35%에 달한다.

특히 내진설계가 안 된 16개 부두에서는 원유, 메탄올, 암모니아, 자이렌, 벤젠 등 60여가지의 위험 석유화학물질을 취급한다. 위험 석유화학물질은 배관을 통해 선박에서 부두 배후부지의 저유시설이나 석유화학공장으로 수송된다.

이들 배관은 매설한 지 수십 년을 넘어섰다. 특히 액체화물을 처리하는 3~4부두의 수송배관의 경우 매설한지 40년 가량 지났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가스 유출 사고의 우려가 높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는 선박에서 부두 배관을 통해 암모니아를 화학공장으로 운송하던 중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돼 근로자들이 대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진에 대비한 부두의 시설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UPA는 지난 4월부터 4억원을 들여 내진설계가 미비한 부두를 대상으로 내진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UPA 관계자는 "평가 결과에 따라 내진 등급에 미달한 부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3년간 모두 50억원을 투입해 보강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두 내진설계 보강작업과는 달리 수송배관은 민자시설이기 때문에 UPA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 일정에 맞춰 수송배관의 유지ㆍ보수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PA의 한 관계자는 "수송배관은 민관시설이지만 항만시설이자 하역장비"라며 "최종 평가 결과를 검토한 후 필요하다면 내년에 시행되는 부두 시설 보강작업과 함께 낡은 수송배관에 대한 보수 등의 적절한 조치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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