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外華內貧).' 한국 골프계의 현 상황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
태극전사들은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에서 '골프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해가 바뀌기 무섭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상위권 입상 소식이 이어졌다. 9일 2012시즌을 시작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여자 선수들의 신나는 우승 사냥이 기대된다.
그러나 눈길을 국내로 돌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국프로골프협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회장 선임 문제로 모두 표류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외부 인사 회장 영입을 공약으로 내건 회원이 새 회장으로 당선됐으나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자프로골프협회도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절차상 하자 등의 이유로 무효 처리되는 등 진통 속에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두 협회는 3월 정기총회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당장 올 시즌 협회 운영이나 대회 일정 등에서 차질이 우려된다. 자칫 팬들이나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기업)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회장 임기 말만 되면 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협회와 투어가 통합돼 있는 우리나라 협회 구조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골프 선진국은 회원(프로골퍼)의 모임인 협회, 대회 운영을 통해 돈을 버는 투어로 분리돼 있다. 미국의 경우 40여년 전인 1969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에서 PGA 투어가 분리됐다. 협회장은 회원을 대표해 권익 문제에 집중하고 투어의 수장인 커미셔너는 대회 유치와 중계권 계약 등 수익 창출에 전념하는 자리다. 커미셔너는 투어 이사회가 선임한다.
한국의 경우 한국프로골프투어가 법인의 형태로 존재하나 협회가 우월한 지위에 있어 사실상 '무늬만' 나뉘어 있는 셈이다.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영입되더라도 협회와 분리돼 있지 않는 한 혼돈은 반복될 수 있다.
한국의 골프 행정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선수들의 경기력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 오는 2015년엔 골프 대륙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국내에서 열리고 2016년 올림픽 때에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기량뿐 아니라 협회와 투어의 시스템 측면에서도 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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