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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준비 임박 … 미국식 '돈의 파티'로 디플레 공포탈출

■ 전방위 경기부양 카드 꺼내든 ECB

채권 불태화 중단·ABS 매입 검토

드라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고려"



"유럽중앙은행(ECB)이 모든 불신을 씻어냈다."(HSBC)

계속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 동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 실시를 주저하던 ECB가 본격적 행보를 뗐다. '한 방'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실시는 물론 역내 기업 대출지원에서 미국식 양적완화 실시를 위한 '준비작업(preparatory work)'까지, 시장이 기대했던 모든 조치들이 나왔다. 양적완화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국식의 '돈의 파티'가 임박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포함한 주요 금리의 일제 인하에 이어 "추가 금리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를 통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당장 드라기의 패키지형 부양책에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5일 독일 DAX지수가 장중 1만선을 돌파했고 프랑스 CAC 40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올랐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약세를 띠면서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는 1.36을 돌파하며 강세를 띠고 있다.

이날 공개된 경기부양책에서 금리보다 주목할 것은 이른바 '표적 저금리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다.

4년 만기로 올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000억유로(약 556조3,360억원) 규모가 '역내 기업(non financial companies)'에 한해 고정 금리로 지원된다. TLTRO는 ECB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실시한 LTRO의 확장판 격이다. 대출을 기업에 집중시키기 위해 대상을 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TRO는 지난 2011년 말과 2012년 초 시행돼 유럽의 재정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식 양적완화 실시를 염두에 둔 준비작업도 주목되는 내용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정확한 시행 시기는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ECB는 지난달 말 영란은행(BOE)과 함께 유럽 ABS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금리 인하가 유럽 내 유동성 증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일본 등이 실시하는 양적완화야말로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드라기 총재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ECB 지도부는 저인플레가 계속 이어질 경우 비전통적 통화수단(양적완화)을 실시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ECB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독일마저 양적완화에 찬성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미국식 양적완화 실시에 반대해왔다. 여기에 더해 채권 불태화 중단을 실시하면서 2,000억유로에 가까운 자금이 유로존에 풀리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불태화는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액과 같은 양의 유동성을 흡수해 통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으로 시중에 1,750억유로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간 유로존 경기는 디플레 위협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ECB는 오는 2016년까지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율을 1.4%로 예측했다. 2016년까지도 ECB 목표치인 연 2%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전년 동기 대비 0.5% 오르는 데 그쳤다. 전달인 0.7%보다 낮은 수준이며 4년여 만에 최저치였다. 유로존 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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