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흑81로 받았다. 형세를 낙관하고 뒷맛 좋게 둔 것이다. A로 받아도 괜찮은 자리인데 실전보의 흑81로 받은 것은 완착이 아닐까. 최철한은 A로 받고 싶다고 했다. 안조영은 흑81이 정수로 보인다고 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어요. 이런 부분은 기풍과 취향의 문제니까요."(김만수) 백이 82로 당장 참고도1의 백1에 두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흑은 2에서 8까지 싸바르고 대세점인 흑10에 뛰어 대만족이다. 이세돌의 흑83은 안전운행. 여기서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뛰고 싶지만 과욕이다. 흑은 무조건 2로 차단할 것이다. 백3이 유력해 보이지만 흑4, 6으로 받아서 아무 수도 되지 않는다. 이 코스는 분단된 백대마 전체가 위험하게 된다. 백86으로 젖힌 것은 교묘한 응수타진. 뒷맛도 좋지 않은데 흑이 과연 끊을 용기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인데 이세돌은 거의 노타임으로 흑87에 끊어버렸다. 특별한 수가 나지 않으면 백86은 무모한 수였다는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구리는 백88로 뛰고 90으로 치중해 수 만들기에 나섰다. "이런 장면에서 수를 내는 것은 구리의 주특기예요. 백86과 88이 그냥 잡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김만수) "흑87이 과했다는 얘기인가?"(필자) "그렇지는 않아요. 수를 내줄 때 내주더라도 일단은 그곳을 끊기는 끊어야 합니다."(김만수) "그 이유는?"(필자) "최소한도로 수를 내주고 얼른 판을 정리하자는 것이 흑의 작전입니다. 전반적으로 유리하니까요."(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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