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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은 눈이 많이 내린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눈 덮인 변산반도를 구경하려 험난한 눈길을 마다 않고 찾아든다. 변산반도의 수많은 설경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진서면에 위치한 내소사, 그리고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에 이르는 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내소사로 가는 길 눈 맞은 전나무들의 자태는 굳이 산이 아니라도 설경의 진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눈옷 입은 고찰, 내소사=백제 무왕 때 '혜구두타'라는 여승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내소사는 관음봉(433m) 아래 위치한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내소사는 소소래사이다.
관음봉을 일명 능가산이라고 부르는 까닭에 보통은 '능가산 내소사'로 부르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된 것을 인조11년(1633) 청민선사가 중창했다. 조선 중기 사찰건축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대웅전(보물 제291호)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일원이 문화재보호구역(전북기념물 78)으로 지정돼 있다.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사찰과 앞마당 고목에 쌓여 있는 눈을 보노라면 세상만사 시름이 절로 씻겨 내려간다. 내소사를 병풍처럼 둘러싼 관음봉의 설경까지 더하면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68, www.naesosa.org.
◇전나무 숲길=내소사를 방문하기 전에는 병풍처럼 둘러 서 있는 전나무 숲을 지나야 한다. 1,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소사는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고 다시 복구됐다.
이후 150여년 전 일주문에서 사천황문에 이르는 길에 전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사시사철 푸르고 곧은 전나무가 잘 자라 이제는 사찰보다 더 유명한 명소가 됐다. 500여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아름다운 숲'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기도 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서늘한 그늘을 만들고,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기도 한다.
◇직소폭포 트레킹=변산8경의 하나로 꼽히는 직소폭포는 선인봉 동쪽 산자락에 자리한 30m 높이의 폭포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대략 2㎞ 정도의 거리에 있어 쉬엄쉬엄 다녀와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직소폭포 트레킹 코스는 전반적으로 평탄한 길이나 두어 군데 가파른 오르막이 있다.
직소폭포는 유량이 많을 때는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장마철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모습을 보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물이 말라 폭포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트레킹 코스로는 부족함이 없어 걷기에 재미를 붙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10여분쯤 걸으면 한때 내변산 4대 사찰로 꼽히던 실상사지(址)가 나온다. 6·25 때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된 후 현재는 미륵전과 삼성각만 복원돼 있다. 평탄하던 길은 자연보호 헌장탑을 지나면서 제법 숲길답게 변모한다.
하얗게 눈 덮인 산과 계곡을 감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면 직소폭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데크가 나온다. 전망 데크에 서면 영하의 기온을 이기지 못해 얼어붙었지만 멈춘 모습조차 당당한 직소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 내변산 탐방지원센터: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063)584-7807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격포항=변산면 격포리에 위치한 격포항은 위도·고군산군도 등 서해안의 섬들과 연계된 해상교통 중심지다.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전어가 유명하며 갑오징어·꽃게·우럭·백합·바지락 등 수산물이 풍부하다.
격포해수욕장과 채석강·격포수산물종합직판장 등 볼거리가 많아 변산반도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항구 옆 전망대에 오르면 격포리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변산반도 맛집
◇변산온천산장: 바지락죽,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109-2, (063)584-4874
◇군산식당: 백합탕, 전북 변산면 격포리 508-5, (063)583-3234
/부안=우현석객원기자, 사진제공=GNC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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