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의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 타개를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자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사 주주에게 상속세 절감혜택을 줘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12일(현지시간) 익명의 한 장기 투자자가 유산으로 남긴 자사주 9,200주를 12억달러에 되샀다. 이날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매입 가격은 장부 가격보다 20%나 높았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버핏 회장이 그동안 자사주 매입에 반대해왔지만 이번에는 자사 주식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WSJ는 "투자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버핏이 최근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고소득자들의 세금이 크게 오르게 되는데 버핏이 자사주를 매입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회피할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올해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고소득자의 장기투자소득에 대한 자본이득세가 올해 15%에서 내년도에는 18.8%로 오른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재정협상 과정에서 5%포인트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자본이득세는 23.8%까지 인상될 수도 있다.
버핏은 자사주를 매입하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1일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20명과 함께 성명서를 내 현재 상속세 공제액을 1인당 512만달러에서 200만달러로 줄이고 고소득층의 상속세율을 35%에서 45%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주주들의 재정절벽에 따른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화학회사인 듀폰도 이날 재정절벽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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