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발표했고 민주통합당은 4월 총선에서 약속한 방안이다. 문재인 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공감을 표했다. 택시업계의 강한 주장에 사로잡힌 대선주자들이 시민들의 불편을 외면한 것이다.
여야는 당초 법사위에 상정만 해도 파업하겠다는 버스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상정 후 보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여야 내부에서는 택시법이 원안보다 수위가 많이 줄었고 각 후보들이 택시 업계 현장에서 약속한 만큼 이날 법사위를 거쳐 22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치권이 버스기사에 비해 여론 전파력이 강한 택시기사의 눈치를 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 쟁점인 버스전용차로 택시운행은 빠지고 정부의 버스업계 지원은 건드리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그러나 택시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 올랐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에 따라 대량수송을 통해 편의를 제공한다는 대중교통의 정의에 택시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의 대중교통화는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을 줄인다는 대중교통 육성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택시는 대중교통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여야는 택시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내용만 담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번 문턱을 넘은 택시법이 버스전용차로 택시 운행이나 정부의 택시 지원 강화로 인한 예산부족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버스업계에 비해 열악한 택시업계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숫자를 줄이는 쪽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국회가 돌연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면서 정부의 방침도 숫자를 늘리는 쪽으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지원법과 정반대의 지원법이 함께 시행되면 지원예산이 중복되면서 낭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는 진화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버스업계의 민원을 해결하는 쪽에만 급급했다. 국토해양위 소속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버스업계의 예산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정치권이 택시법을 통과시킨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지난 8월 처음 법안이 나왔을 때 버스업계는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다가 정부가'버스업계 예산지원이 줄어든다'면서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등 여론몰이를 했다"면서 "택시의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난 것도 정부가 면허를 남발했기 때문인데 되레 잘못을 정치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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