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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금 이병철·정주영을 말하는 이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발자취에 대한 관심이 요즘 재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경우 지난 19일 25번째 기일을 맞아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최근 사이버 기념관 '아산 정주영'이 문을 열면서 그의 일대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왜 하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병철ㆍ정주영을 부각시키냐며 곱지 않게 보기도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있기에 그들의 확고부동한 기업가정신이 더욱 아쉬운 느낌이다. 과거로 시간을 돌려 아래 두 장면을 보자.

첫 장면은 이병철 회장의 '도쿄선언'. 1983년 2월7일 일본 도쿄의 오쿠라호텔 505호실. 74세의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사업 진출여부를 고민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리고 이튿날 언론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도쿄선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내 경제부처나 경제학자들은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반대했고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들도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무모한 일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삼성은 도쿄선언 10개월 뒤 64K D램을 자체개발함으로써 국내외의 비웃음을 말끔히 씻었다.

위기반전시킬 기업가정신 필요

두 번째 장면은 정주영 회장의 '주베일의 결단'. 1976년 2월16일 오전9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산업항 공사 입찰실. 이름조차 낯선 현대건설의 정주영 사장(당시의 직함)이 모습을 나타내자 장내가 술렁였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9억3,000만달러에 공사를 따냈다. 최고가를 써낸 미국 회사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을 제시한 현대건설의 무모함에 세계 건설업계는 비웃음을 보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신공법을 자체개발해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현대건설은 라스알가르 주택항공사, 쿠웨이트 슈아이바항 확장공사, 두바이 발전소 등 중동의 대형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이병철ㆍ정주영 회장이 연출한 두 장면에는 나락에 빠졌던 한국 경제를 위한 반전의 미학이 있었다. 이 회장의 도쿄선언은 1980년대 초 세계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기폭제가 됐고 정 회장의 주베일 결단은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파동으로 중동산 유가가 네 배나 올라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열어줬다.



이병철ㆍ정주영의 성공은 미래를 보는 남다른 혜안과 경제발전을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에 힘입은 것이지만 여기에다 잘 살아보자는 국민의 의지와 기업가정신을 돕는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그런 기적 같은 일들이 가능했다.

금팔아 경제살린 국민 본받아야

그러나 요즘 우리 경제를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로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데도 기업은 도전을 주저하고 정치권은 기업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경제의지마저 박약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오는 2050년 세계 3위권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핵심요소 중 하나로 '국민의 경제의지'를 꼽았다. 그만큼 경제발전에 대한 국민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장롱 속 금까지 내다 팔면서 IMF 경제위기를 이겨내지 않았나. 그런 국민이 경제의지가 약해질 리가 없다. 그러니까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살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하기만 한다면 국민ㆍ기업ㆍ정부의 세 박자가 다시 하모니를 이뤄 지금 닥친 경제위기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이병철ㆍ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번 돌아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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