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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은 외국에서 온 많은 이방인과 이들을 만나려는 우리 기업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 중 외국인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밑돌거나 천연자원이 풍부한 데도 기술이 모자라 손을 대지 못하는 미얀마ㆍ인도ㆍ가나 등 30개 후발국에서 온 5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이었다.
모잠비크 투자청장은 자국의 우수한 투자환경을 홍보하는 이외에 방한기간 중 고장난 아이패드를 고칠 것을 확신했고, 가나 투자청장은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참가할 파트너를 물색했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장관 일행은 무역ㆍ투자 선진국인 한국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욕이 대단했다. KOTRA가 주최한 '글로벌 산업협력포럼'의 현장 모습이다.
저개발국은 한국 성장의 동반자
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일제 식민지와 동족상잔, 이어진 국토 분단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선 우리 경제의 위용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재빨리 탈출해 선진국의 부러움을 산 바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역업계와 지원기관, 그리고 정부가 다시 한번 합심해 '2020년 5대 무역대국,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중소 무역업체를 육성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늘려 'FTA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유망 신산업을 창출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우수 인재를 양성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모습과 역할이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저개발국을 단지 공략할 대상이나 침투할 시장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두고 수탈을 일삼았던 유럽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무역흑자를 불리는 데만 급급해 '이코노믹 애니멀'로 불렸던 일본이나 천연자원을 무기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무역 9강의 모습은 분명 달라야 한다. 세계무역 5강을 향한 마음가짐은 말할 것도 없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저개발국의 약점을 이용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개발 경험을 전수하고 동반성장 의지를 전함으로써 자유무역의 가치를 옹호하고 공생발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미래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지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의제로 채택됐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저개발국이나 신흥 개발도상국을 단순히 상품 판매나 원조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동반자로 간주하고 무역 인프라 구축, 인적자원 개발, 민간ㆍ공공투자 확대 등을 통해 자립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세계경제 및 무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닌 개발 경험을 인프라 및 자원 개발, 무역 전문인력 양성, 유휴설비 등과 연계해 지원함으로써 우리가 내건 가치를 전세계에 입증하고 서로 시장도 넓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자립 도와야 우리 시장도 넓어져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맹수와 오지가 널려 있는 험난한 조건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그런데 이 속담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래서 공존을 위한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 세계경제 현실에도 딱 들어맞는다. 개방ㆍ수출 경제를 기초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해외시장이 절실한 우리 처지에서는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다.
국제사회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동반성장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미래를 선도하는 선진국가의 새로운 전형'으로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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