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주택대출 활성화 위해 은행과 힘 합쳐 시장 파이 키울때
관련부처 협의로 자본금 늘려 MBS 발행 한도 상향 나설것
공기업 CEO로 실적부담 있지만 국민에 실질 도움되는 역할 최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여의 공백 때문일까. 김경호(58ㆍ사진) 신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의 얼굴에는 다소 상기된 표정 속에서도 긴장감이 배어나왔다. 취임 후 국내 일간지 중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이었다. 아직은 업무를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했다. 지난 2010년 5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한동안 야인으로 살았던 그이기에 일에 대한 배고픔이 더욱 큰 듯했다. 김 사장은 "보금자리론의 재원을 확충하고 전세자금대출의 보증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전월세시장안정책에 화답이라도 한 듯했다. 김 사장은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전세자금대출인데 아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꽤 많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계층을 발굴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보증료와 대출금리도 인하해 부담을 덜어주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관료 생활의 모든 경험 총동원 김 사장은 사장 공모과정을 거쳐 취임했다. 최종 심사에서 2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사장에 선임됐다. 역시 그에게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公僕)이 어울려보였다. 먼저 소감을 물었다. "국가에 도움이 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주택금융공사의 수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관료로서, 또 ADB 이사로서 체험했던 모든 경험을 발휘해 서민들의 주거환경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사장이 꼽은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는 바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다. 그는 우선 공사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얘기했다. "주택금융공사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서민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재원을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 공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 27조4,000억원의 보금자리론을 실행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든든한 도우미로 자리잡은 것이다. 보금자리론의 재원은 대출자들이 담보로 맡긴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마련된다. MBS의 한도는 공사설립법에 따라 자본금의 50배로 정해져 있다. 현재 공사의 자본금은 9,020억원으로 30배가량의 배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사는 자본금의 안정성을 위해 통상적으로 최대 40배까지 MBS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금을 늘려야 발행한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권이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은행권의 담보주택을 유동화해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가계부채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면 현재 공사의 자본금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ㆍ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 적정규모의 자본금을 늘리려 합니다." '변동금리 대출관행' 바꾸기 노력 김 사장은 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공사도 은행과 힘을 모아 시장크기부터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공사가 보금자리론을 운용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시장을 놓고 시중은행들과 경쟁체제로 가면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관행을 바꾸려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민간 유동화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많이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고정금리 대출여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구조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공사가 참여해 조달비용을 낮춰주면 고정금리 대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은행들과 경쟁하기보다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때로 함께 시장을 키워 가계부채 안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공사의 또 다른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집 없는 서민들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자금(월세보증금 포함)을 빌릴 수 있도록 개인별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신용보증(보증료는 보증금액의 연 0.2~0.6% 수준)을 해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대란 탓에 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금액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올 들어 5월까지 전세자금 보증액은 3조5,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올 3월에는 8,885억원에 달해 공사 설립 이후 가장 많았어요." 올 들어서도 전셋값은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사 성수기인 가을을 앞두고 있어 '제2의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걱정과 한숨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 개인보증 확대 김 사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낮은 금리에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저소득ㆍ저신용자,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가구, 장애인가구 등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대상범위를 한부모가구ㆍ새터민ㆍ독거노인ㆍ차상위계층 등으로도 넓힐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사로부터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낮은 금리에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전세자금대출인데 아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꽤 많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계층을 발굴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보증료와 대출금리도 인하해 부담을 덜어주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위한 공사의 재원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으로 지난해 말 기준 2조3,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공사는 기금의 30배까지 보증을 할 수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보증잔액은 19조2,000억원가량으로 10배가 채 안 된다. 재원은 충분하지만 지원규모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일반 개인들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보다 임대주택 건설사업자 등 사업자 보증 비중이 커 실질적으로 전세자금대출 보증지원 규모는 크지 않다. "공사가 지원하는 전세자금의 평균금액은 1인 당 2,500만원 정도로 진짜 서민들이 주요 수요층이다 보니 재원에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자보증은 줄이고 개인 보증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자보증도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임대주택 건설업자 등 서민의 주거환경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들 중심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주택연금 취급 금융기관 늘릴것 김 사장의 정책방향은 월세계층에 대한 배려 방안으로 이어졌다. "제도권 금융을 활용하지 못하고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계층들도 공사의 보증을 받아 낮은 금리의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사의 주요 사업 중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주택연금이다. 집을 담보로 노후자금을 연금식으로 받아 쓰는 역모기지론으로 새로운 노후보장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총 2,016명이 신규로 가입해 전년 대비 80%나 늘었고 올 7월 말까지 1,548건이 신규 가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이상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추세대로 가면 올해 말쯤에는 누적 가입자가 7,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시 이후 지난 4년간이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수요를 견인해온 양적 성장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수요확대와 더불어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주택연금의 사회적 인지도를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다른 복지제도처럼 더 높이고 현재 10개인 주택연금 취급 금융기관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가족공감 캠페인을 추진하고 고령층 주요 접점인 실버박람회ㆍ노인금융교실ㆍ복지관 등과의 교류를 대폭 넓히겠습니다. 또 취급기관을 확대하고 정부 정보공공이용망을 통한 고객 제출서류 간소화를 추진해 보다 쉽게 접근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방침입니다." 공사는 공익적 기능이 우선 현재 공사의 주택연금사업은 활성화를 위해 기대수명을 100세로 잡고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찍 가입할수록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약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재원 안정성을 위해 집값 상승세를 낮춰 연금산정체계를 바꾸거나 기대수명을 늘리는 등 현재의 지급구조를 고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보금자리론의 재원을 확대하고 전세자금대출 보증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은 공기업의 역할에 대한 그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개인적 성과보다 국민의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공사는 공익적 기능과 기업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결국 공익성이 우선입니다. 공사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주택자금ㆍ전세자금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관이 될 수 있어요." 직원들과 호흡하는 CEO 될것 김 사장은 2일 취임사에서 "조직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절대적인 가치이며 철저한 시스템을 통해 이를 시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의중이 궁금했다. 관료시절 때는 물론 ADB에 근무할 때도 원칙과 공정성을 중시했던 그였기에 앞으로 혁신바람이 불 것이라고 '걱정'하는 임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조직문화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해요. 성과보다 줄서기나 인사청탁에 의존하는 분위기는 조직에 큰 누가 됩니다. 업무역량과 성과에 따라 모든 직원들에게 승진 및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설립된 지 이제 7년이 조금 지난 공사의 미래는 앞으로 어떤 조직문화를 구축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공정한 인사원칙을 지키고 공정한 일처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동시에 임직원들의 노고와 능력에 깊은 고마움과 기대도 나타냈다. 특히 공사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PCSI)에서 준정부기관 부문에서 2010년, 2011년 연속 최고등급인 우수등급을 받은 데 대해 "신임 CEO로서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은 기관인 만큼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자신이 오히려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번에 일 욕심 많고 도덕성이 투철한 수장을 새로 맞았다. 앞으로 공사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 혼자서만은 어느 때보다 사회 양극화가 극심한 시대에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공사가 임무를 다 할 수는 없다. 모든 임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는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같은 목표로 나아가야 합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서민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기인 만큼 공사의 설립 목적에 맞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일방적 리더십이 아닌 직원들과 호흡하는 CEO가 되겠다는 김 사장의 말이 어떤 결실로 다가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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