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2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반 총장은 열병식 참석에 이의를 제기한 일본 정부에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참석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반 총장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밝은 미래로 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열병식 참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SCMP는 그가 '당초 방침대로 참석한다'는 식의 짧은 답변 대신 역사·교훈 등 일본 정부가 껄끄러워할 용어를 사용한 것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와 이번 항의에 우회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28일 일본 정부는 반 총장이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는 사항이라며 항의한 바 있다.
유엔 관계자들도 반기문 총장의 이번 결단에 힘을 실었다. SCMP에 따르면 한 유엔 소식통은 "올해 들어 세계 각국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관련 행사를 놓고 어떤 나라가 하는 행사에는 참석하고 특정 국가가 여는 경우에는 불참하는 것이 오히려 중립성에 더 큰 문제가 된다"며 "반 총장의 이번 결정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반기문 총장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산케이신문은 30일 사설에서 "유엔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해양 진출로 우려를 낳고 있는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반 총장이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유엔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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