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직을 직접적으로 줄이기보다는 불공정 처우만 없애면 된다는 입장에서 보다 강력한 차별 시정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차별 시정 대상에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도 포함됐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규제, 비정규직을 아예 줄이자는 입장이다. 현재의 2년 기간 제한에 더해 비정규직을 사용 사유로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사내하도급에 대해서도 파견법을 개정해 사내하도급을 더욱 어렵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법안 노사갈등·정쟁 증폭 우려
그러나 여야의 강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번 국회에서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회의가 든다. 대선을 앞두고 서두르다 보면 손에 쥐는 것 없이 노사갈등과 여야 정쟁만 증폭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법안이 공개되자마자 노사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이 단순히 명분 쌓기만은 아닌 듯하다.
민주당의 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지지하겠지만 재계의 반대 강도는 거셀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들고 나온 사용 사유 규제 방식은 민주당이 집권 다수당이던 지난 2006년 이미 기각됐던 것이어서 지금 다시 입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의 비정규직보호법 제정 과정에서도 확인됐듯이 비정규직 사용을 법으로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 기간 제한과 차별 시정 제도를 도입했지만 비정규직 감소와 차별 시정에 효과가 있었다는 통계적 증거도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격적 대우와 제도적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는 있었겠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쳤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3년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 시정 신청은 연평균 112건에 불과했다. 차별 시비가 불거지는 비정규직은 대부분 대기업 관련이고 이들은 직군분리 등을 통해 이를 피해갈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별을 엄격히 처벌하기 위해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노동조합 등에 의한 대표구제신청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사내하도급 문제를 차별 시정 제도로 풀어보겠다는 새누리당의 논리도 이런 현실과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경총이 비판하듯이 법리적으로도 많은 무리가 따른다. 한 사업장에 근무하지만 별도법인의 근로자 간 차별을 금지한다면 사외 도급업체 근로자와의 차별은 왜 문제가 안 되는가 하는 반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 제정이 오히려 불법 파견에 대한 시비를 줄이고 사내하도급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론도 일리가 있다. 사내하도급은 주로 대기업의 문제이고 이들은 차별 시비를 피해갈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생색내기용 아닌 종합대책 모색해야
이런 맥락에서 보면 19대 국회의 비정규직 보호대책은 다분히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비정규직 문제의 우선순위로 보면 영세사업장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차별 시정보다 더 시급하지만 여야의 대책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여야의 법안을 중심으로 생각하더라도 이번 대책이 생색내기용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 집중적인 협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회에 노사와 공익이 참여하는 6개월 시한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두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타협을 모색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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