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 다음이다. 발 빠르게 김효주 잡기에 착수한 일본 측은 만 18세 제한 규정까지 풀어주면서 자국 투어 진출을 제안했다. 내달 6일까지 선수 등록을 할 경우 내년 시즌 풀시드(전대회 출전권)를 주겠다는 것이다.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풀시드 획득을 위해 시드전을 거쳐야 하는 국내 규정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국내의 경우 4월 대회 우승으로 정회원 입회 자격을 준 게 전부다.
일본이 '특별 대우'를 내걸기 전까지 김효주의 계획은 간단했다.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 뒤 시드전을 거쳐 국내 투어에 정식 데뷔한다는 것이었다. 김효주 측은 일단 내달 6일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방법은 하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규정 손질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풀시드를 주느냐 마느냐에 앞서 2년 의무조항에 있다. KLPGA의 정회원이 될 경우 2년간 해외 진출을 할 수 없다는 의무조항이다. KLPGA는 우수한 국내 자원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04년 이 조항을 만들었지만 도리어 국내 무대를 꺼리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효주 이전을 돌아봐도 2년 의무조항은 김인경ㆍ김주연ㆍ김송희 등 수많은 특급 유망주들을 해외로 떠미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들은 KLPGA 정회원 입회를 고민하기 전인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로 전향했다. 정회원 입회 뒤 일정 기간 자국 투어에서만 뛰어야 한다는 조항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 투어의 경쟁력도 8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한데다 오히려 이 규정이 국내 투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실전에서 검증된 선수에게 시드전을 치르게 할 명분도 없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는 김효주에게 선수 등록만 하면 바로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고 한다. 한창 상승세의 김효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조건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선택은 어디까지나 김효주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KLPGA의 철 지난 규정은 더 큰 비난이 쏟아지기 전에 하루빨리 손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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