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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다. 대체휴일제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이어지는 평일을 하루 쉬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89년 처음 시행됐는데 휴일이 너무 많다는 주장에 21개월 만에 폐지됐었다. 대체휴일제가 다시 논의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140개 국정과제 중에 포함시키면서다. 휴일을 확대해 여가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여야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법률이 4월19일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재계와 행정부 측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찬성 : 이찬열 민주당 의원
노동시간 증가에 생산성 저하
여유가 창조경제 동력될 수 있어
맥킨지 보고서가 15년 만에 또다시 화제다. 외환위기 당시 위기극복 방안을 조언해 화제를 모은 1차 보고서에 이어 최근 발표된 '제2차 한국 보고서:신성장 공식(Beyond Korean Style: Shaping a new growth formula)'에서는 "지금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며 "이대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곳은 여기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했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도 2.6~2.7%로 전망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산업화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최선을 다했다. 일하고 또 일했고 수년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데 왜 이런 경고가 나오는 걸까.
문제는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이나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전체 평균(1,749시간)보다 20% 이상 많다. 반면 휴식은 짧다. 연간 15~25일의 휴가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연차 휴가 소진율은 40%대에 불과하다.
충분치 못한 휴식은 노동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2010년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OECD 자료를 바탕으로 각국의 노동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5만6,374달러로 OECD 회원국 중 23위였다. 1위 룩셈부르크(11만8,466달러)와 2위 노르웨이(10만3,16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과도한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출산ㆍ육아의 부담을 가중시켜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근로시간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방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 오래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도 중요하며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과거와 같이 시간이 부가가치를 만들던 세상에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사회로 변했다. '저임금-저부가가치-장시간 노동'의 고리를 '고임금-고부가가치-노동시간 단축'의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 대체휴일제 도입은 이를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물론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 대체휴일제를 단순히 기업의 비용 측면으로만 보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휴일제 도입을 통해 일자리도 늘어나고 내수 활성화, 관광수입 등 생산유발 효과가 생겨난다. 대체휴일로 늘어날 소비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별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충분한 휴식은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다.
"창의력을 계발하는 방법 같은 건 없지만 가로막는 방법은 있다. 그건 바로 모든 게 꽉 짜인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국내 물리학자 최초로 미국 과학학술원(NAS) 회원에 선임됐고 새로운 지식 창출에 끊임없이 도전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임지순 서울대 교수의 말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력은 틀에 박힌 일을 연일 반복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곱씹어봐야 할 때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여유에서 나오지 않을까.
반대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고용비용 증가로 기업부담 가중
휴일수 이미 선진국 비해 많아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공휴일법'처리를 9월 정기국회로 연기하기로 했다. 안행위 여야 간사들이 9월 이전까지 대통령령을 개정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휴일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공휴일법은 일요일 등 공휴일을 법으로 정해서 민간까지 강제하고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평일에 하루를 쉬자는 내용이다. 야당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국민휴식권 확보와 내수진작을 위해 공휴일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공휴일을 법으로 정하고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내수가 진작될까. 물론 지금도 주어진 휴일에 꼬박꼬박 쉴 수 있는 일부 직장인의 휴식권은 좀 더 보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용직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일을 덜한 만큼 소득이 줄어 삶의 질이 오히려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업은 기업대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생산차질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결국 공휴일 법률화나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근로자 간 양극화를 초래하고 국가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공휴일법 통과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공휴일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호주와 일본뿐으로 매우 드물며 이들 국가마저도 일요일을 휴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근로자 휴일을 강제로 지정할 경우 산업구조, 소비자선호 변화에 따른 기업의 대응능력과 자율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휴일법이 통과돼 연간 52일의 일요일과 16일의 공휴일이 무조건 휴일로 지정된다면 일요일 근무가 필수적인 반도체ㆍ철강업종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비롯해 백화점ㆍ놀이공원 등 내수기반 사업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 산업은 휴일을 주중에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휴일근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만 한다. 이는 고용비용을 크게 상승시킴으로써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도 아니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추가됨으로써 근로자의 날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휴일은 16일이다. 이는 미국ㆍ독일ㆍ일본 등 선진 6개국 평균 11일보다 5일 정도 많으며 중복되는 공휴일을 감안해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 토ㆍ일요일과 연차휴가까지 고려하면 근로자 휴일은 135~145일로서 선진국에 비해 휴식권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만약 지금 논의되는 내용대로 공휴일법이 통과된다면 향후 10년간 평균 1.9일의 휴일이 늘어난다. 국민소득과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인데 휴일 수는 더 많은 국가가 되는 것이다.
물론 휴일을 늘림으로써 관광업종에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휴일을 확대함으로써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현실과 동떨어진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공휴일법은 국민 휴식권 확보와 내수 진작을 위한 유효한 수단이 아니다. 현재 40%에 불과한 저조한 연차휴가 사용률을 제고하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휴식권을 확대할 수 있다. 공휴일은 온 국민이 그날이 가진 의미를 기린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만약 공휴일이 겹치는 것이 문제라면 대체휴일 대신 선진국처럼 공휴일을 특정 요일로 지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대체휴일제 도입이 바람직한지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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