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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 누가 더 나을까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ljb@sed.co.kr


1999년 화제를 일으킨 책 한 권이 있다. 당시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재직 중인 부동산 담당 연구원이 펴낸 '재테크하려면 집, 절대로 사지 마라'라는 단행본이 그 주인공이다. 요점은 일본의 사례, 그리고 인구감소 등 우리나라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볼 때 '주택신화' 붕괴가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다. '재테크…' 에서는 2000년 이후 이른바 주택신화 붕괴가 본격화되리라고 전망했다.

책이 발간될 당시 상황은 '재테크의 암흑기'로 불렸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역 자산 효과'마저 나타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역 자산 효과'는 자산가치가 떨어져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을 말한다. '재테크…'는 이런 시장 상황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쓴 저자가 시장 전문가가 아닌 경제연구소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점에서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개인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주택신화 붕괴'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1997년 암흑기를 지나 2003년 부동산 값 폭등, 2006년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주택시장은 최근 들어 다시 회복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주택신화 붕괴' 아직 일어나지 않아

1999년에 내 집을 마련한 소유주는 주택시장 침체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몇 차례 이익 실현 기회도 얻었다.

반면 1999년에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은 세입자는 현재도 세입자이다. 아니 지독한 전세난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주택신화 붕괴가 '틀린 이론'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주택신화 붕괴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경제학적 변수들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현재 시점에서 1999년의 '재테크…' 라는 책을 믿고 행동에 옮겼던 수요자들은 크게 치솟은 집값에 내 집 마련은 더욱더 멀어진 것이 현실이다.

뜬금없이 '재테크…' 라는 책을 거론한 이유는 요즘 들어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이 회복하면서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하나둘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 1·4분기 아파트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대 이하를 기록하는 것도 이 같은 실수요자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신규 분양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빚내서 집을 사지 말아야 한다' '지금 집 사면 위험하다' 등의 이야기도 더욱 커지고 있다. 늘어만 가는 주택 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근거로 집값 추락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세지고 있다.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1세대 1주택자 등 서민들에게는 '렌트푸어'나 '하우스푸어'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하고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계층이 얼마나 될까. 결과적으로 한 달에 어느 정도 은행 빚을 갚느냐의 문제이지, 전셋집이든 내 집이든 지분의 상당 부분은 은행이 갖고 있다. 한 달 생활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육비. 전세금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 등에 따라 은행 빚은 차이가 있지만 늘어만 가는 교육비 앞에서는 생활에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내 집 마련해 시세차익 기회를

'집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는 비관론자들 주장대로 평생 '임차인'으로 사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그들 역시 언제 '렌트푸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비관론자들의 주장대로 주택값이 폭락하면 1세대 1주택자 대부분이 하우스푸어가 될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서민 입장에서는 집을 사든 전세를 살든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1세대 1주택자 등 서민 입장에서 내 집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거주의 공간이면서 한 번쯤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는 그런 대상이다. 전셋집을 전전하는 것보다 그래서 내 집 한 채라도 있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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