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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를 여는 열쇠' 농업


누군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화두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농업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고 싶다. 올해 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은 농업혁명을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의 주요 목표로 정하고 농업혁명이야말로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열쇠임을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농업 문제가 국가ㆍ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이슈가 된 사례는 고전문헌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최근 사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인도에서는 홍수로 양파값이 크게 올라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됐다. 2007년 멕시코에서는 주식(主食)인 또르띠야 가격이 상승해 시민들이 “옥수수가 없다면 나라도 없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2008년에는 식량가격 폭등으로 아프리카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30개국 이상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지구촌 식량가격 폭등ㆍ시위 속출

지난주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농업차관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생산성 향상’이라는 주제가 채택됐다. 또 세계 식량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G20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도 참여해 이례적으로 자정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보고서는 다음달 18~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농업 분야 장ㆍ차관회의 선언문이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농업장관회의 공동선언문은 이달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 부속문서로 채택됐고, 오는 30~31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농업장관회의 선언문은 9월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 G20 재무장관회의도 곡물시장의 기능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농업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반영한다.



농업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의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을 포함한 농업 문제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유엔과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의 기아 인구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식량수요를 충족하려면 2050년까지 곡물 생산량을 50~70%(개도국은 100%)를 늘려야 한다. 현재 식량가격지수는 식량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8년보다 높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업은 토지ㆍ물ㆍ에너지를 두고 다른 산업과 경쟁해야 하므로 생산성 향상 요구가 높고, 기후변화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지만 제반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

생산성 향상ㆍ기후변화 대처해야

우리나라는 이미 1970년대 말 주곡의 자급을 이뤘다. 이후 산업화, 무역자유화 시대를 거치면서 기반 정비, 기계화, 유통 인프라 개선 및 기술개발 등을 통해 사계절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가올 농업환경, 특히 기후변화에 대비해 농업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품종ㆍ재배기술 및 병해충 방제 등을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함으로써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 식량공급을 당연시하거나 농업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식량ㆍ농업 문제는 이미 농업차원 혹은 한 국가 차원을 넘어 전세계적 관심사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가 이러한 메시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지혜를 모으지 못한다면 안정적 미래를 위협 받을 수 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의 미래를 여는 열쇠는 농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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