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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잠재성장률 높이려면


마라톤 선수가 좋은 기록을 세우려면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잠재성장률도 마라톤 선수가 무리 없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경기과열 같은 부작용 없이 한 나라의 경제가 발휘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우리는 한때 세계에서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였으나 근래에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0여년 전만 해도 연 6% 정도였으나 현재는 연 4% 수준으로 낮아졌다. 노동과 자본 등 생산을 위한 투입요소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반면 생산성 향상은 미진하기 때문이다.

지속적 혁신으로 경쟁력ㆍ역량 높이고

특히 우리 경제는 인구고령화, 제조업 비중 감소와 서비스 부문의 낮은 생산성, 높은 대외의존도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의 장기화 조짐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어 이와 같은 성장률 하락추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해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향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0년마다 0.5~1% 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이 너무 우울하다. 성장률이 계속 낮아진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계속 약화돼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소득이 별로 늘어나지 않으며 정부의 재정부담도 더욱 가중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추세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으며 적어도 현재 수준인 연 4%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경제현안별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볼 수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혁신역량이 증대돼야 할 것이다. 성장률을 제고하려면 무엇보다도 각 경제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는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득권 접고, 공정경쟁의 장 넓혀야

우리 사회의 혁신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넓혀 소수의 엘리트만이 아니라 누구나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ㆍ관료 등 소수 엘리트들에게만 의존하는 혁신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의 숫자 자체가 제한돼 있는데다 기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창조적 파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여건에서는 사람들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하기보다 소수의 엘리트그룹에 들어가거나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혁신을 위한 노력보다 엘리트그룹에 속하기 위한 노력이 개인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크기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새로운 생각들이 무수히 발산되고 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은 생각들이 과감히 실험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일을 위해 기꺼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은 어렵다. 가죽을 벗겨내고 새 살이 돋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없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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