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형 건설사들이 내놓은 지난해 성적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경기 침체, 해외에서는 중동사태 등과 같은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서도 매출은 늘었다. 지난 2009년부터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해외 건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전체 매출 증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다만 외형 증가만큼 실속 있게 영업을 했는지 여부는 건설사별로 성적이 갈렸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과 같은 일회성 수익 요인이 있었음에도 국내 사업장 부실 처리와 해외 공사 원가 상승 등으로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하고 손에 쥐는 수익은 기대보다 적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분양했던 지방 아파트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해외건설이 올해도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물량, 매출증가에 효자 노릇 톡톡=상장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2011년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해외 매출 증가가 전체 매출이 늘어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맏형' 현대건설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11조9,20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년 연속 10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플랜트ㆍ토목 분야 매출이 증가해 전체 매출의 51.8%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GS건설은 해외매출이 2010년 2조2,000억원에서 2011년 3조6,000억으로 60% 이상 증가한 데 힘입어 국내외에서 전년 대비 총 8.4% 증가한 8조5,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업계 2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해외 토목ㆍ플랜트 매출은 늘었으나 국내 매출 저조로 전체 매출은 전년에 비해 1.1% 늘어난 7조3,13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증가율은 단연 대림이 돋보인다. 전년 대비 13.3% 증가한 7조1,87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해외 매출이 지난해 1조2,519억원에서 1조8,380억원으로 47%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대우건설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7조 319억원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르와이스 저장시설, 나이지리아 가스처리시설 등 대형 현장의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36.3% 증가한 2조5,038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매출 증가 덕택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주의 경우 현대건설이 16조3,234억원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으나 금액은 전년보다 25%나 감소했다. GS 역시 6% 줄어든 13조253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림은 필리핀에서 2조원이 넘는 플랜트를 수주하며 전년 대비 30.8%나 늘어난 10조7,348억원의 수주액을 올렸다.
◇실속은 대림, 변신은 대우=대형 건설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외형성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성공했지만 실속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났다.
영업을 얼마나 실속 있게 했는지를 나타내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 영업이익률 면에서 대림은 8.4%를 기록해 발군의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8.4%나 폭증하며 5,824억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플랜트 사업 분야에서 원가관리를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와 비슷한 6.33%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0년 수주한 마진이 낮은 해외 프로젝트가 지난해 매출에 반영된데다 국내 신고리 원전 비용 소급 등의 원인으로 지난 4ㆍ4분기에 원가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GS건설과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2%와 7.9% 줄어들어 수익이 매출 증가세에 비해 낮았다.
GS건설은 2010년 7.3%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6.39%로 낮아졌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주택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4ㆍ4분기에만 600억원 이상 설정해 미래 위험에 대비했기 때문"이라며 "주택경기가 활성화되면 향후 이익으로 재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역시 영업이익률이 전년 5.8%에서 0.4%포인트 줄어든 5.4%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해외 플랜트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인력만 지난해 900명을 신규로 영입하면서 인건비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조원 가까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대우건설은 올해 3,673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주택 물량을 공급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다 나이지리아ㆍ알제리 등 비(非) 중동 해외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장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먹거리 찾기를 해온 덕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종효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건설사들의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등 국내사업에 대한 부실 처리가 지난해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는 해외 매출 성장과 국내주택 매출 회복세가 동반돼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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