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니 버스도 택시도 애매한 거리다. 그것도 강남성모병원 사거리에서 법원으로 가는 언덕 중간께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자리잡고 있다. 아직 봄은 이르지만 걸어가기에는 윗도리가 거추장스러운 날씨, 그렇게 목덜미가 살짝 땀에 젖을 즈음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 본관은 도로에서 수백미터 안쪽으로 들어앉아 있다. 과거 두부를 썰어놓은 듯한 콘크리트 건물이나 국회의사당의 무지막지한 위압감 수준은 면했지만 그래도 공기관 특유의 딱딱함과 위압감이 여전하다. 그나마 언덕길을 따라 반지하 형태로 길에 바짝 붙어 지어진 디지털도서관은 건물을 유리로 감싸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본관으로 가는 나무계단 옆 까페에서는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의 도서관 정책을 실행하는 국가 대표 도서관입니다. 다른 공공도서관이 대중을 상대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은 거기서 찾을 수 없는 정보를 갖고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따라서 전문 학술정보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행정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도서관 역할도 과제입니다."
19일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임원선(52·사진)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각각 입법부와 사법부가 필요로 하는 정보에 집중돼 있는 국회·법원도서관처럼 행정부의 정책 수립을 돕는 전문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술정보 수집을 늘리고 아직 보완단계지만 학술지 목록이 추가될 때마다 e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물론 국회·법원도서관이 주로 사회과학과 법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 우리의 경우 더 광범위한 영역을 지원하죠."
◇도서량이 아니라 정체성 제고가 중요=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은 해외에 비교할 때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한국은 소장 규모가 1,000만권이 안된다. 선진국의 대표 도서관이 대부분 우리 중앙도서관의 3~4배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도서관은 2012년 기준 1억5,000만권에 달하고 그 외 이름난 도서관들 대부분 국립중앙도서관의 소장권수를 넘어선다. 영국의 대표 도서관은 1억779만권, 일본은 3,841만권, 중국 3,119만권, 프랑스는 1,135만권이다.
임 관장은 규모 자체가 대표도서관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국가 대표 도서관의 경쟁력은 해당국 도서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은 언제든 돈을 주고 사면 되지만 나라별로 우리만 가질 수 있는 자료는 다르죠. 한국 국민이 생산한 자료, 한국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세계 모든 정보를 다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장래에 도서관 사서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지식·정보 전도사'로서의 역할보다 이용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도서관이 진행한 사서직 8급 경력공채는 경쟁률이 69대1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는데 그 정보에만 집중하면 사람이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단순히 친절해라, 정으로 대하라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을 이해해야 좀 더 본질적인 정보 제공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 입에서 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는 이미 늦습니다. 그에 대응하는 사이 이미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죠. 사서는 이용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두가 정보검색사가 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학술정보 강화 위해 '통합검색 서비스'=전문 학술정보 제공을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학술지 통합검색 서비스를 지원한다. 과거 서적 형태이던 국내 학술지도 대부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 형태로 전환됐고 중앙도서관은 이 중 3분의1 정도를 구독하고 있다. 그는 "해외 DB도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 확보해야 할 정보가 더 많다"며 "분야별로 특화된 DB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전체적으로 다 봐야 한다. 100% 수준이 될 때까지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 가능한 학술 관련 정보는 세계적으로 발간되는 학술논문 중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임 관장은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도서관이 현재 구독하고 있는 학술지가 5만5,000종이지만 이 가운데 가치가 있는 것은 1만5,000종 정도입니다. 그 외의 것은 서적이든, DB 형태든 학술지를 출판한 업체 절반 이상이 현재 폐간된 상태고 의미 없는 소개 글이나 다른 것과 겹치는 내용이죠. 세계 전체로 발간되는 논문, 학술지의 수를 셀 수도 없고 그 중 얼마나 커버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지난 1월 가진 간담회에서 중앙도서관이 내년 6월 정도면 소장도서가 1,000만권을 넘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논문이나 학술지를 포함한 숫자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1,000만권을 얘기한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뿐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모으겠다는 취지"라며 "국내에서 발간되는 책 90%는 자동적으로 납본되지만 나머지 10% 중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마지막 1~2%를 채우는 것이 10배 힘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지만 출판계에서 주목받아온 전자책도 잘 수집되고 있을까. 먼저 말해두자면 부분적으로만 맞다.
영미권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렇게 설명돼 있다. '국내외 도서와 시청각 자료 및 기타 문헌을 총망라하여 수집·정리하고, 우리나라의 귀중 문화재를 수집·보존하여 전국민에게 열람·참고하게 하는 봉사의 역할과 도서학에 관한 연구를 행하는 문화체육부 소속의 도서관.' 이를 위한 국립중앙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도서 납본이다. 국내에서 출판된 모든 서적은 발간 30일 내에 중앙도서관으로 보내도록 도서관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는 종이책의 경우고 전자책은 선택적 수집의 대상이다. 종이책은 발행 절차로 검증과정을 거치지만 전자책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책 역시 망라적 수집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현재 추진 중이다.
임 관장은 "문광부 저작권정책관 시절 법 개정에도 참여했지만 막상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 와서 보니 현실이 달랐다. 예산이 부족한데다 선택적 수집 사항으로 규정되니 절반 이상이 학술논문 전자저널 구입비로 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매년 7,000종 정도 사고 있지만 예산 확대를 통해 단계적으로 모두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적 유전자' '총,균,쇠' 나를 재발견하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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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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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