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에서 상경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강모(53)씨는 사진관을 운영한 지 올해로 8년 째다. 주로 여권과 반명함 등 서류용 사진을 찍어온 강씨의 한 달 수입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정도 수입으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의 교육비를 충당하기가 빠듯해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나서고 있다. 강씨는 "여권 사진을 포함해 인물 증명용으로 하루에 3개를 찍으면 많이 찍었다고 할 정도로 사진관 운영하기가 어렵다. 이마저도 못 찍게 된다면 사진관을 사실상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사진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잘 모르고 책상에 앉아 정책을 내놓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사진협회에 따르면 전국 3만여 사진업 종사자에 가운데 강씨처럼 여권을 포함해 증명용 사진만을 취급하는 사진사는 8,000여명에 달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는 여권 등 증명용 사진의 매출 비중이 80~90%를 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연 매출 3,000만원 미만의 영세한 사진관일수록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A사진관을 운영하는 박모(60)씨는 "인물 사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여권용 사진"이라며 "정부에서 여권용 사진만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 등 관공서에 필요한 모든 사진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여권 사진 촬영 무료 서비스가 도입되면 사진업의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10년 째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여권 등 증명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온 사람들이 생계를 위협받으면 결국 좁은 밥그릇을 놓고 서로 싸우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아기 돌 사진, 웨딩 사진, 인물 사진, 학교 앨범 사진 등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돼온 전문 분야가 흐트러지고 다같이 공멸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의 설익은 정책 하나 때문에 전문 사진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공들여 세워온 사진 관련 사업이 송두리째 파산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업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여권을 신청할 때 관공서에서 무료로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방안을 당초 올 하반기에서 시간을 두고 시행 범위를 검토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협회 측에 다음주 수요일까지 사진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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