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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 삼매경에 빠진 현대차

대졸 공채시험에 에세이 출제… 임직원 대상 인문학 강좌도<br>"건강한 민족관·국가관 가르쳐 창의력 높은 글로벌 인재 육성"


현대자동차가 직원들에게 역사공부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6일 실시된 자사 입사 시험에 사상 처음으로 역사 문제를 출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강좌를 열었다.

11일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를 초빙해 '조선시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서 한 교수는 우리 역사 속의 조선시대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식민지 경험, 광복 이후의 고난 등 쓰라린 근현대사를 초래한 '원죄'와 식민사관의 폐해 등이 맞물리면서 조선시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조선시대의 가치를 폄하하는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자기정체성 확립 ▦유교적 교양 ▦공론(公論)정치 ▦기록 중시 등 네 가지 측면을 들어 반박했다. 그는 "조선시대는 영토를 확정하고 수도를 정립했으며 한글을 창제한 '자기정체성 확립'의 시대임과 동시에 집현전ㆍ규장각 등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교양을 겸비한 문인정치'의 시대였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언관을 통한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공론정치'의 시대였으며 조선왕조실록ㆍ승정원일기 등에서 보듯 전통의 보존을 위한 '기록'을 중시한 시대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는 6일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서는 30분 동안 1,000자분량의 역사 에세이를 쓰라는 문제를 출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응시자들은 '고려ㆍ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는 두 가지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국내 대기업이 인ㆍ적성 검사에 논술시험을 도입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처럼 임직원과 입사 지원자를 가리지 않고 역사 교육에 '올인'하는 현대차의 모습에는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 글로벌 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처럼 주입식 교육에 매몰된 채 기계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할 경우 한국판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결코 탄생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한 민족관ㆍ국가관을 테스트하고 가르치면서 창의력과 인문 소양을 두루 겸비한 인재를 기르자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논술시험, 인문학 강의 등을 중시하는 회사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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