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예정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FIFA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FIFA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스위스) 회장이 사임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달 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긍정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일 FIFA가 회장 선거 날짜를 내년 2월26일로 확정하자 21일 출마 결심을 공개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의 경쟁자로는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첫손에 꼽힌다. 플라티니는 아직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럽·아시아·남미·북중미카리브해연맹 등으로부터 출마를 권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길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도 플라티니를 공개 지지했다.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출마 가능성이 크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의 대항마로 나섰다가 1차 투표에서 73표(블라터는 133표)를 얻는 데 그치자 2차 투표를 포기했다. 그는 20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라터 회장이 후임을 도모하고 회장 선거를 관리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지쿠와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 등록은 10월26일까지다.
정 명예회장은 "세계축구의 중심이 유럽이다 보니 아시아 사람이 FIFA 회장을 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 있다"면서 "그러나 FIFA 회장은 유럽이 한다는 생각 때문에 FIFA가 부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8명의 회장 가운데 비유럽 인사는 주앙 아벨란제(브라질)뿐이었다. 2011년까지 18년간 FIFA 부회장을 지낸 정 명예회장은 5월부터 세계 축구계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며 지지기반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당선에 어느 정도 확신이 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최대 경쟁자인 플라티니가 과거 블라터를 도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 명예회장은 투표일까지 자신이 '반(反) 블라터'의 기수임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