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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되레 환율전쟁 부채질

선진국 양적완화 정당화로 각국 외환시장 개입 가열 우려<br>고삐풀린 아베, 외채 매입 거론

주요20개국(G20)의 '묵인' 아래 엔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양적완화 정책과 통화가치 절하는 별개라는 '포스트 G20' 논리가 형성됨에 따라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 환율을 방어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환율개입을 억제하겠다던 G20회의가 사실상 환율전쟁의 고삐를 푼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장 외채매입을 거론하며 엔저 유도에 박차를 가해 이 같은 우려를 부추겼다.

18일 열린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금융완화의 한 방편으로 외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민관 합동으로 외채를 사들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총선 이후에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G20회의에서 미국ㆍ영국 등의 지원사격을 받아 양적완화와 외환시장 개입을 분리하는 데 성공하자 "외채매입도 금융완화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펴며 한 단계 나아간 엔저 유도 정책의 포석을 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앞으로 양적완화 정책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일 방침임을 시사하면서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94.15엔까지 급등(엔화가치 약세)했다. 문제는 G20의 '아베노믹스' 용인이 일본의 엔저에 날개를 달아준 데 그치지 않고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환율개입과 별개로 인정함으로써 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정당화했다는 점이다.

그레고리 매케나 글로벌FX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G20 공동선언에 대해 "선진7개국(G7)이 G20을 통해 '우리 경제가 좋지 않으니 통화가치를 낮출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부 선진국들의 이 같은 논리는 결국 글로벌 환율전쟁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달러 및 엔화 대비 유로화 강세로 경기회복의 발목이 잡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유동성을 풀어 통화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ㆍ일본 위주로 전개돼온 간접적인 통화절하 유도에 유럽까지 가세할 경우 신흥국들이 자본통제 등을 통해 고강도 환율방어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엔화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런던 소재 모건스탠리의 조아킴 펠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대응해) 많은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통화가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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