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2·4분기 중에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소매·광산업 등 내수기반의 업황 둔화로 하반기 경기반등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조기 부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21일 중국 증시는 장중 3%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가능한 빨리 성장을 안정시키고 내수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2·4분기 중국의 경제정책이 완화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시 상무회의에서 리 총리는 "내수를 확대하고 중점 투자항목의 투자집행을 가속화하며 예산을 조기 집행해 경제안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특히 취업증가 정책을 서둘러 일자리를 만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CNBC는 시장에 경기부양책이 서둘러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의 조기 경기부양책 전망은 중국 정부가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내수경기가 예상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의 민간조사업체인 CBB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중국판 베이지북에 따르면 중국 소매업과 광산업에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레랜드 밀러 CBB인터내셔널 대표는 "소매업황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소매경기의 둔화는 중국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판 베이지북은 2012년 처음 발간된 후 중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2,300명과 은행 관계자 16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통해 조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중국 경제동향 종합보고서다. 중국판 베이지북에 따르면 1·4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7.4%로 중국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인 7.5%보다 1%포인트 낮을 것이며 2012년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판 베이지북은 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소매업과 광산업 등 내수업종을 꼽았다. 조사에서 소매사업자는 전분기 조사보다 7%포인트 하락한 54%만이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고 광산업도 39%만이 매출 성장을 기대했다. 실제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말까지 13%대를 유지했지만 올 2월에는 11.8%로 둔화됐다. 이 조사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제조업체도 56%에 그쳤다. CBB인터내셔널은 "중국 경기가 하반기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된 것이지만 하반기 반등한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완만한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르게 둔화되는 경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유동성을 푸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고 한 달째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는 인민은행의 시장조작이 보여주듯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지준율 인하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리 총리가 상무회의에서 밝혔듯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중점 투자지역의 투자집행을 서두르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도 미니 경기부양책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정책을 사용해 효과를 본 만큼 올해도 신형도시화 건설을 통한 지방 인프라 투자확대 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조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에 21일 상하이증시는 장중 3% 가까이 급등했으며 중국 기업이 대거 상장된 홍콩증시도 1%가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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