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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화가’ 함섭 개인전 20일까지 예술의전당


그의 그림에서는 고향의 흙내음이 난다. 알싸한 한약 냄새가 감돈다. 그 뒤에는 짭쪼롬한 땀 기운이 있으리라. 한지화가 함섭(69)의 작품들이다. 그는 물감 대신 정성스레 갠 한지와 닥종이에 색을 입혀 자신만의 그림 재료를 만들었다. 세 겹의 삼합종이 위에 짓이긴 닥나무 껍질을 가로세로로 깔고 그 위에 또 종이를 깔고 두드린다. 깔고 두드리길 7번 반복하면 야들야들하던 종이가 토담집의 벽처럼 딴딴해진다. 고집스레 하나의 물성에 집중해 온 지 벌써 40년. 그가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함섭 한지 40년'전을 연다. 100호 이상의 대작으로만 50점을 선보이는 작가 생애의 가장 큰 전시다. "일흔을 목전에 뒀지만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오늘이 남은 생애의 가장 젊은 날이라 생각하면 작업 의욕이 솟구칩니다. 75살까지는 대작만 할 겁니다." 작가는 지난해 3월 홍익대 근처의 작업실을 정리하고 고향인 강원도 춘천으로 내려가 '함섭 한지아트 스튜디오'라는 작업실을 차리고 신작에 몰두했다. 오방색을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던 전작들과 달리 근작들은 황토와 풀색 같은 자연의 색이 한결 두드러져 더 편안한 느낌이다. 함 작가는 1998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모두 팔린 뒤 연이은 아트페어에서 '매진'을 기록해 왔다. 독특한 물질성과 한국적 분위기가 경쟁력이었다. 2007년 아르코 아트페어에서는 스페인 국왕부부가 극찬하며 그림을 사갔다. 그렇게 세계 각지의 소장가 손에 들어간 함섭의 작품은 500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전시와 시기를 맞춰 13일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카멜의 웨스트브룩갤러리에서 한달 간 초대 개인전도 열린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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