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평가와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일부 해운업자들이 신규 발주에 나서는 데 따른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과 중국의 경우 각각 엔저와 국내 자체수요에 힘입어 급속도로 수주가 회복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원화강세의 역풍으로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을 인용해 올 1ㆍ4분기 전세계 조선업계의 수주물량이 총톤수 기준 2,058만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세계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의 수주량은 같은 기간 2.4배가량 증가했다.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물량은 엔화약세 기조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5.3배 급등했으며 중국 업체들의 수주도 2.8배 늘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엔저에 속도가 붙은 4월 들어서도 수주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4월 선박수출 계약실적은 35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배에 달했다.
국내 업체들의 신규 수주량은 전년동기 대비 55% 증가, 원화강세의 역풍으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회복속도가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선박수주가 늘어나는 것은 신규 주문한 선박이 완성되는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로 배를 발주한 뒤 완공시점에 경기가 회복되면 더 많은 해상운임을 받아낼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신조선가와 저금리 기조도 발주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확보한 수주는 일감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적자수주로 조선업계의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생산설비와 고용을 유지하려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물량확보에 우선하면서 2007년 고점 대비 20~30%가량 하락한 저가에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며 "업체들의 이익이 반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나마 적자수주도 대형업체에 집중돼 중소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등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1ㆍ4분기 중국 주요 80개 업체의 세전이익은 70%가량 줄어든 상태다.
전세계 조선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락, 지난해 신규 수주량이 고점을 기록했던 2007년 대비 20%로 축소되는 등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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