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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전사태 재발 막으려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달 5일 25명의 전체 의원 만장일치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9ㆍ15 정전사태의 원인이 전력거래소가 제대로 된 전력계통 운영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고 따라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한국전력으로 하여금 전력계통 운영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착수된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현재의 기형적 구조를 낳았으며 이로 인해 이번 정전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구조 개편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고자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양방향 시장의 과도기적 형태다. 수직 독점체제보다 불안정한 발전분할 형태가 10년 동안 지속되면서 계속 발생해오던 여러 문제점들을 미봉책으로 막아온 것이 결국 곪아 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거래소 SOㆍ한전 TO 재통합을 여야가 국회에서 한목소리로 계통운영 사업자(SOㆍSystem Operator)과 송전망 소유자(TOㆍTransmission Owner)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파 간의 정치적 계산 없이 SO와 TO 통합이 정전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타당성 있는 대안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에서도 계통운영 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의 통합이 최선이라는 방안이 도출됐지만 정부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전력시장 경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력거래소의 SO와 한전의 TO를 재통합하는 방안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통운영 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를 통합함으로써 송전망 설비계획 및 계통운영에 필수적인 계통해석용 데이터베이스를 표준화할 수 있다. 세계 최우수 전력회사들도 대부분 계통운영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는 송전망 운영이 공익성이 강하고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원화된 체제에서는 계통운영 데이터의 비표준화 및 제한된 정보공유로 인해 정전이 예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통운영 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의 이원화 체제를 재검토해야 하며 이 같은 전제조건이 선행된 후 구조개편과 전력시장을 설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둘째, 계통운영 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의 통합을 통해 한전에 전력공급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반구저신(反求諸身)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나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정전사태에서는 책임에 대해 서로 남 탓만 한다.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계통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이 전력거래소에 있지만 정작 송전망을 소유한 한전은 정전에 대해 책임만 지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 문제며, 전력거래소는 전력거래 수수료로 운영되는 특성상 정전피해 보상 책임도 보상 능력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전 전력공급 책임ㆍ권한 분명히 마지막으로, 전력계통 사고 시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다. 한반도는 남북이 분단돼 있고 해외 전력계통과의 연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주ㆍ호주 등의 경우 다수의 송전망 운영사업자가 있어 공정경쟁을 위해 계통 운영자를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 갖춰진 한전의 단일 송전망으로 구성돼 있어 독립된 계통 운영자를 따로 둘 필요가 없으며, 따로 둘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에 방해가 되고 유사업무 중복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만 될 뿐이다. 일반 국민은 계통운영 사업자와 송전망 소유자의 통합ㆍ분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만 다가오는 올 겨울을 비롯해 앞으로 이번과 같은 대정전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권에서 제기한 현행 계통운영과 송전망 운영 재편 문제에 대해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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