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일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영호남과 충청ㆍ강남에서 투표를 통해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이날 '광주의 미래, 청년의 미래'라는 주제로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4ㆍ11 총선의 투표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우선 "진영논리에 빠져서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정치를 안 하는 사람들, 국민과 국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분을 뽑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정치에)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을 재확인이라도 하듯 여야 기존 정치권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그는 특히 "과거 얘기보다 미래 얘기를 하는 분이 있으면 적임자"라고 밝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무색하게 하는 말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근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 논란에 대해 입을 다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또 "어쩌면 정당이라든지 정파보다는 개인을 보는 게 맞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를 넘나드는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표시는 하지만 야권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입장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이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라고 여권을 비판했던 것과는 완연히 분위기가 다르다.
안 원장은 "그 사람이 미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민의 선택으로 얼마든지 교체될 수 있다고 의사를 표명하는 게 미래 가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순하게 진노ㆍ대립ㆍ분노를 얘기하는 것보다 온건하고 따뜻한 분들, 말이라는 게 인격을 드러내는데 인격이 성숙한 사람을 뽑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원장이 야권과 일정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내심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측의 비례대표 제의를 거절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꾸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야권에 힘을 모아주지 않고 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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