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기 욕심 때문에 무리한 변신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새영화 '슬로우비디오'로 돌아온 배우 차태현(사진)을 19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남들이 못 보는 순간까지 다 볼 수 있는 엄청난 동체 시력의 소유자 '여장부'가 서울 한 구청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에서 일을 하며 겪는 이야기들을 코믹하고 감성적으로 담았다. 차태현이 주인공인 여장부 역을 맡았다.
짧은 시놉시스만 들어도 딱 '차태현'의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서 차태현은 아마 가장 '차태현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태현씨가 너무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셔서 과거 연기 패턴과 방식을 억누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차태현 영화 특유의 따뜻함과 감동,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웃음도 적절히 배여 있다. 그는 "내가 나오는 영화에서 '내'가 없다면 관객들이 뭔가 배신감을 느끼는 걸 잘 알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든 보여주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했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자신에 원하는 모습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 역할 고르는 일이 더 어려울 것만 같다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동의했다. 차태현은 "'과속스캔들' 이후 나온 영화 '챔프'가 생각보다 잘 안 됐는데, 비슷한 가족 이미지를 이어가 피로감을 줬던 게 패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원하는 모습처럼 가능하면 죽을 때까지 밝은 영화를 하며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를 줘야 질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자로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내 숙제라는 것도 잘 알지만 뻔한 역할을 하기 싫어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20년 경력의 배우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고민한 끝에 움직여 왔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밝고 경쾌한 모습과 더불어 "주연배우로서의 중압감과 책임감은 떨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진중함에서 배우 차태현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를 발견한 듯하다. 내달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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