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1일 정기국회 시작에 맞춰 박 위원장의 방을 방문했다 박 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탓에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박 위원장이 사전에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만남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상황임에도 불쑥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다. 총리가 야당 대표를 약속 없이 찾아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선 지난달 28일에는 관계부처 장관들을 이끌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국회에 민생법안의 처리와 국정 정상화를 호소했다. 정 총리가 야당을 상대로 앞에서는 손을 내밀며 대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뒤에서는 협조를 압박하는 '밀고 당기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2인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현장에서 갈등조정자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7월에는 광주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춘천 소방공무원들이 순직하자 20일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족들과 직접 면담을 하고 관계부처에 추모탑 건립 등을 지시했다.
최근에는 '진도산 농축수산물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침체된 진도 경기를 직접 챙기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정 총리가 당시 진도에서 유족들과의 대면을 꺼리며 차 밖에 나오지 않아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정 총리가 달라진 것은 6월 총리 유임 결정이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고 유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국가혁신과 사회적 대립 해소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4월 그의 사의 표명 이후 후임자를 물색하면서 정무적 감각이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급부상했다는 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출신의 '실세부총리' 두 명의 등장도 정 총리의 변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가 유임 이후 총리직 수행에 상당히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정을 총리와 두 명의 부총리가 삼각 축을 이뤄 끌고 가려는 구상을 하는 것 같다"며 "두 부총리 사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려면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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