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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경민 30일까지 아트스페이스H서 초대전
가족의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묘사하는 조각가 김경민의 초대전이 서울 원서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익숙한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분위기와 색은 더 밝아지고 주인공도 늘어났다. ‘IMF 사태’ 원년인 1997년 첫 개인전에서 중년 남성의 고된 일상을 묘사했다면, 2008년 이후 김경민 작가의 작품은 가족 전체를 소재로 삼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 반려견 등 한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경쾌한 팝아트 형식으로 해석한 작가 특유의 신작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언뜻 플라스틱이나 고무 소재 같지만 동(銅) 소재에 아크릴물감을 칠한 작품이다.
세 가족이 자전거 뒤에 선물을 가득 싣고 달리는 ‘집으로 Ⅱ’이나 부부가 아이의 팔을 나눠 잡고 공중에 띄워 신나게 놀아주는 ‘행복의 기억’(이상 2015년작), 다섯 가족이 야구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서는 ‘Baseball Family’(2014년작) 등 더없이 행복한 모습이다.
김 작가는“사회적 변화를 의도하는 무거운 주제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으로 인해 어떤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 행복할 것”이라며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작품이 물질 지상주의 풍조를 상기시킨다는 시선도 있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서울예대 석좌교수는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밝은 표정과 즐거워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도, 아래위로 과도하게 늘려놓은 듯한 몸의 비례를 지적한다. 그는 “김경민의 근작들은 팝아트라기보다는 ‘팝 리얼리즘‘(Pop Realism)이라는 신조어를 빌려서 이해해야 한다. 그녀의 조각들은 얼굴을 밝은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건강한 얼굴로 경쾌하게 달리는 동태적 인간상을 형상화해왔다. 다른 한편 조각 속의 주인공들은 근자에 이를수록 더 마르고 왜소한 몸매를 드러낸다. 이러한 표정들은 소비사회의 물신(物神)들의 표정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최근 홍콩 하버시티에서의 초대전을 포함해 국내외 20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여수해양엑스포 국제관, 홍콩 하버시티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02)76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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