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013년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는 3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주된 원인으로 엔저를 꼽았다. 두자릿수의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구가했던 현대차의 영광은 결국 환율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환율로 인한 영업이익 하락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는 가격 인하를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품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 전략을 추구해나갈 방침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엔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매출액이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증가로 전년보다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1.5% 줄어든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엔저로 당장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더 갖추게 된 점도 우려스럽지만 일본 자동차업계가 여기서 얻은 수익을 친환경차·스마트카 등에 재투자해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근심거리다.
현대차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엔화 약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엔·달러 환율을 107엔, 원·달러 환율을 1,050원 정도로 잡고 사업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밖에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1·4분기에 발생한 일회성 리콜 충당금, 인건비 상승 등도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대차는 일본차의 가격 공세를 '내실 강화'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현대차의 전세계 판매 목표는 2013년(473만대)보다 3.6% 늘어난 490만대다. 이원희 부사장은 "직접적인 가격 인하를 지양하고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 확대를 꾀할 것"이라며 "친환경차, 미래형 차 등의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 미국·유럽에 출시될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를 통해 '인센티브 증가(가격인하) 없는 시장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또 현대차의 브랜드가치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제고로 생산성과 수익성도 유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의 절반 수준으로 인센티브(대당 약 1,377달러)를 지급했지만 판매량은 2012년 70만3,000대에서 지난해 72만1,000대로 2.5% 성장했다.
각국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신차'도 현대차의 글로벌시장 확대를 위한 비장의 무기다. 이 부사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성장 중인 중국에서는 올해 소형 SUV를, 인도에서는 i30의 신형 모델과 고급차로 분류되는 싼타페를 출시할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아 '고급차'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동안 특히 유럽 각국 대도시의 자동차 딜러들을 꾸준히 확보한 데 따른 성과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를 전년보다 4.1% 늘어난 8,460만대(중대형 상용차 제외)로 예상했다. 국내의 올해 예상 수요는 2.4% 증가한 158만대, 미국은 3.4% 늘어난 1,617만대로 내다봤다. 유럽과 중국의 시장 규모는 1,244만대(전년 대비 2.9% 증가), 1,690만대(11.5% 증가)로 각각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