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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한달] "드러난 우리 민낯에 충격…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인터뷰] 류희인 전 NSC사무차장

"독립적 조사위 구성으로 직간접 원인 철저히 규명"

"관피아 혁파 차원 넘어 국민 안전의식 전환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 척결이나 선장·구조 책임자 몇 명을 처벌하는 수준에서 그치면 세월호 사고도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사고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 데 그칠 것입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세월호 사고의 직간접 적 원인을 밝혀내는 데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야 합니다."

류희인(사진)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사고를 겪고도 사회 전반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수십 년 뒤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5일로 한 달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얻고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에는 이런 참혹한 사고를 물려 주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초기대응에 허둥대던 정부를 비난해왔지만 총체적인 사고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사고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류 전 사무차장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미국의 '스푸트니크 쇼크' 이야기를 꺼냈다. 이는 1957년 10월4일 당시 소련(현 러시아)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미국 사회가 엄청난 쇼크를 받은 것을 말하는데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교육이나 정신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일었고 현재와 같은 모든 사회적인 시스템이 정착되는 계기가 됐다.

류 전 사무차장은 "세월호 사고는 한국판 '스푸트니크 쇼크'라 할 정도로 충격 그 자체였다"며 "앞으로 재난조직은 물론 안전을 다루는 철학, 학교 교육, 일반 시민의 사고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 혼자 살려고 승객을 내버려둔 채 도망가는 선장과 승무원, 돈 몇 푼 더 벌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과적을 일삼아온 선주, 컨트롤타워 없이 허둥지둥 대기만 한 정부, 구조 타이밍을 놓치고 사고해역만 배회하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버려 국민을 속 터지게 만들었던 해양경찰 등등.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우리의 민낯에 우리 스스로 놀라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둘 드러나고 있지만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류 전 사무차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 9·11테러가 터지자 여야 동수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세워 2년 동안 250만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종합대책을 제시했다.

류 전 사무차장은 "관피아의 폐해 개혁 차원을 넘어 개개인의 안전인식도 짚어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독립적인 세월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난전문 조직의 신설 등도 당장 대안은 될 수는 있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는 총체적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철저한 원인조사를 통해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와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최소한 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통해 기초적인 원인 규명은 물론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안전문화와 안전의식 등도 전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류 전 사무차장은 "세월호 사고를 사회 변화의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 교육 등 거대한 사회문화운동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류 전 사무차장은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문조직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렇다 보니 전문성이 없는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허둥대다 국민적 공분만 사게 됐다는 것이다.

류 전 사무차장은 대안으로 "재난관리는 '머리-몸통-손발' 3단계로 나눠 이뤄져야 한다"며 "머리에 해당하는 재난사고의 최고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보좌기능 가운데 전통적인 안보보좌에만 국한돼 있는데 이를 재난까지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안행부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근본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10개 안팎의 기관이 관여하는데 안행부는 전문성도 떨어지고 관여기관과 수평적 관계이다 보니 지휘·조정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난 사태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가 맡아야 한다고 류 전 사무차장은 강조했다. 국가안보 개념을 국방과 외교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정전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부가 되든, 처가 되든 집행 차원의 국가 비상 상황 관리전담 조직이 필요하고 이곳에서 부처 간 업무연계는 물론 정책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현장 대응이 남아 있다. 류 전 사무차장은 "재난 대응에서 현장 대응은 손발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중앙부처의 지방조직이 전문성을 갖고 현장 대응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지역환경청이, 해경은 지역 해경이 존재하는데 이 같은 중앙정부의 지역기관이 현장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류 전 사무차장의 주장이다.

류 전 사무차장은 공무원에게만 조직신설을 맡겨놓으면 영역 다툼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발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소방방재청 신설할 때 직렬 간의 다툼이 굉장했는데 명칭을 놓고 소방방재청이 옳으냐 방재소방청이 옳으냐를 놓고도 서로 다투더라"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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