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반전을 위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23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새 국무총리에 지명하고 대통령 특보를 임명하고 청와대를 개편했다.
'대통령 지지도 30%' 국민들의 경고
이번 개편은 신년 기자회견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한국갤럽의 1월 3주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까지 추락했다. 심각한 것은 부정 평가(60%)가 긍정 평가보다 2배 많았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민심을 무시하면서 역주행하는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를 과반 이상 지지한 것은 원칙을 지키면서 국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집권 2년 동안 '원칙과 신뢰'라는 박 대통령 특유의 긍정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과 독선'이라는 부정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여기에 연말정산 대란에서 보여준 정부의 거짓말과 무능이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 이번 개편에도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른 인적 쇄신은 없고 그저 개편을 위한 개편을 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인적 쇄신의 핵심 대상으로 꼽힌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이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도 30%'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만약 대통령이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마이웨이'를 외치면 국정운영 동력은 상실하고 집권 3년 차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들이 표류하게 된다. 경제개발3개년계획뿐만 아니라 각종 구조개혁이 헛돌 수도 있다. 집권당 내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박 세력의 분화가 시작되고 이들이 차기 총선을 의식해 인기 없는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대통령과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 총리'가 기용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야당은 오는 2월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면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벌일 것이다. 단언컨대 이번 개편으로 박 대통령이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날개 없는 지지도 추락'을 막고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려면 강력한 2차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서실장과 최측근 비서관들을 잘잘못을 넘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징적 조치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통령이 소통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특보단 신설 등과 같은 '소통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대통령 스타일과 같은 '소통의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 특정 현안이 불거지면 대통령이 부처 장관과 관료,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대통령 특보, 정책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불러 찬반 난상 토론을 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개·공유·협업'을 토대로 하는 '정부 3.0 정신'과도 부합한다.
총리보단 야당과 더 많이 소통해야
셋째, 대통령이 총리보다 야당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구조개혁도 경제 살리기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8시간 업무 일정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시간은 통상 업무, 5시간은 야당과의 만남 등 소통을 강화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집무시간 이후 박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면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과 '불통 이미지'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정치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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