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을 꼽는다면 주저함 없이 삼성그룹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절대적 위상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전체 법인세 약 40조원의 16%를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혼자서 부담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시가총액의 16%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정도다.
정부는 우리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삼성그룹의 존재감이 든든하게 느껴질 듯하다. 하지만 실상 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면에 고민이 많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라도 삼성그룹과 관계가 있으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비판 여론에 내몰리면서 매번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뭇매를 맞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대표적이다. 공평한 보조금 혜택에 통신비 부담을 낮춰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밀려 정부와 삼성전자 간 싸움으로 번지면서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후폭풍에 고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노사 문제는 가장 골치가 아픈 사안이다. 삼성그룹이 연초 신입사원 제도를 개선해 대학총장추천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은 정부를 크게 긴장시켰다.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가 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라는 원칙을 깬다는 대학가의 반대에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삼성이 물밑 접촉을 통해 다방면 설득에 나섰지만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위반으로 고발하겠는 의사를 전달하며 삼성그룹의 방침을 철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문제 해소방안으로 추진한 '고용형태공시제도' 시행을 앞두고도 노동계의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공시 대상 계열사 중 한 곳의 대표자로 등록된 이건희 회장의 이름을 빼달라고 한 청탁도 특혜 시비를 우려해 거부하느라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는 삼성과 관련된 논란이면 어떤 것이든 공론화해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삼성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책적 판단 하나하나가 담당 부처와 관련 공무원들로서는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중간에 낀 삼성이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전세계시장을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안방인 국내에서 '착한 기업'이 아닌 '나쁜 기업' 이미지가 확산되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명한 건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만 놓고 봐도 지난해 매출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한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삼성의 존재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따라서 삼성이 가진 긍정·부정적 측면을 단순히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큰 시각으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도약할 수 있게 신뢰를 보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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