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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지난 4일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자로 무려 1만여명과 6,200개 회사에 신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를 기업들은 예상 밖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일부 대기업 자녀들이 자본력만 있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차릴 수 있는 물류, 광고, 정보기술(IT) 서비스, 건설 회사 설립과 계열사 물량을 받아 편법적으로 증여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과세 대상의 상당수가 중소ㆍ중견 제조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재벌의 변칙 증여를 막아내기 위한 이 법률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특히 제조업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다수 채택했다. 수직계열화된 기업 간에는 내부거래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현행 법률에서는 업종에 따라 일정 부분의 내부거래는 과세하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통령령의 미비로 업종에 따른 차등 과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모든 업종에 30%라는 동일 수준까지를 정상거래로 보고 초과분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수직계열화한 제조업체에 불리한 과세다.
더구나 재벌집단과 달리 중소ㆍ중견 제조기업의 경우에는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말이 오너일가이지 월급 외에는 현금 수입이 없다. 이들은 회사의 이익을 투자에 쓰지 못하고 억지로 배당을 받아 세금을 납부해야 할 판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현재 법령은 국내 수출기업이 외국에 소재한 판매 계열사에 수출하는 것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성품을 만드는 단계에 위치한 대기업에만 유리한 조항이다.
부가가치세ㆍ관세 등의 다른 세법에서는 직접 해외에 판매하는 수출과, 국내에서 수출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간접 수출(내국신용장 또는 구매승인서에 의한 수출)'을 특별히 구분해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있어서만은 특이하게도 대기업이 주로 수행하는 '직접 수출'은 구제해주고 오히려 중소ㆍ중견기업이 주로 수행하는 간접 수출은 과세를 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속히 바로잡아 간접 수출의 경우에도 직접 수출하는 경우와 같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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