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야당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유가족들의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을 무기 삼아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의 실정,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열중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가족에게 밀려 여야 합의를 두 차례나 지키지 못한 대목은 정치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부와 여당도 이에 못지않다. 세월초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제기된 26개 과제 가운데 가벼운 사안 3개만 완료됐다는 점은 정부가 과연 의지를 가졌느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 바꾸겠다'던 청와대와 여당도 7·30재보선 승리 이후 자만에 빠져 유가족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불신을 증폭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여야 일각에서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제기한 여야·유가족의 3자협의체 구성 방안에 여당이 공식 반대하고 나선 와중에도 검사 출신인 정미경 의원은 "유가족의 주장대로 (조건부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민생법안 우선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아직은 소수지만 대화를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각당 지도부는 조금씩 양보해 정국을 풀어야 한다. 여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상대 입장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정치의 계절에 정치다운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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