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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투자 포트폴리오 다시 짤 때


한달 전쯤 모 증권사에 가 국내 주식형펀드를 가입했다. 만기가 된 은행예금을 찾아 넣었다. 결정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일을 끝내고 증권사를 나오니 속이 시원했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이른바 위험자산으로 갈아탈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날 가입한 주식형펀드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PB와의 상담을 거쳐 짠 투자 포트폴리오의 첫 번째 상품이었다. 나머지 3~4개 다른 유형의 상품도 은행예금이 만기가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이 발표되자 전세계, 특히 우리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뚝 떨어졌다. 출구전략이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고 이렇게 파장이 클 줄은 몰랐다.

사실 우리 증시에는 버냉키 쇼크보다는 중국 경기둔화 쇼크가 더 컸다. 20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버냉키 쇼크로 주저앉은 뒤 서서히 낙폭을 줄이며 1,873포인트선에서 선방하고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효과가 유독 우리 증시에는 먹히지 않았으니 출구전략의 타격도 크지 않다는 분석을 들으며 안도하던 오전11시께 갑자기 지수가 급락했다. 중국구매관리자지수(PMI)가 최근 9개월 새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이후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는 신용경색 우려로 이어지며 우리 증시를 연일 강타했다.

'상저하고' '7월부터 대세 상승'등의 전망이 넘쳐나던 증시가 2,000은 고사하고 1,800까지 깨지는 순간 "참 운도 없지… 왜 하필 그때 만기는 돌아와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도 생겼다. 버냉키 쇼크나 중국 신용경색 우려를 간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버냉키 쇼크 등 예상보다 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나아지면서 출구전략을 예상은 했지만 예상 밖으로 후폭풍이 컸다고 애기했다. 중국 신용경색 우려 역시 정부가 예상보다 강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며칠 뒤에는 주식형펀드를 판 증권사 PB도 비슷한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이럴 때 보면 전문가들의 뒷북이 참 대단하다. '예상 밖으로'라는 말도 전문가들이 쓸 표현은 아니다. 예상을 할 수 있어야지 현상에 대한 설명만 할 줄 알면 전문가가 아니다.



아무튼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확실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장기투자는 한 번 투자하고 나서 오래도록 잊어버린 채 내버려 두는 개념이 아니다. 중간중간 점검을 해야 된다. 지금이 그 시기다.

미덥지 않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이 양적완화로 세계에 달러를 풀었으니 출구전략이 구체화하면 풀린 달러는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약달러는 강달러로 바뀌고 달러가 많이 빠져나가는 일부 이머징 국가는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한국은 달러가 이미 많이 빠져나간 만큼 출구전략 국면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규모 이탈은 없을 것이다. 경상수지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출구전략을 구체화한 것은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오히려 우리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를 금융 버블을 사전에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지속성장을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돈을 쏟아 부어 생긴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약이 되고 이는 우리 증시에 호재로 다가올 것이다.

장기투자 중간 점검 필요

종합을 하면 국내 증시의 우상향 전망은 여전하다. 상승 속도가 다소 느려지는 것뿐이다. 미국 경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좋아지고 달러화 가치는 오를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그렇지 않아도 곤두박질치고 있는 금값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일부 신흥국은 급격한 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보면 국내 증시 투자비중을 굳이 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증시와 달러화에 대한 투자는 다소 높여도 괜찮겠다. 금은 당분간 돌 보듯 하자. 신흥국 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은 이런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해 투자를 결정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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